공항 3시간 전 가야한다더니…여행사·LCC '볕든 날' 돌아왔다
3년 반 만에 살아났다
여행사도 LCC도 1분기 실적 '흑자 전환'
여행 수요 폭발에 여객 수요 늘어난 결과
대형항공사는 화물 운임 하락에 영업이익 '감소'
# 올 3월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20대 직장인 A씨(29)는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에 맞춰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여행사 측에서 사람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며 여유 있게 와줄 것을 당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체감상 3년 전보다 공항에 여행객이 더 많아진 듯 했다. 과연 세 시간 전에 공항에 가야할까 반신반의했는데 대기시간이 금세 지나가더라"고 말했다.
인천공항이 북적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직격탄을 입은 여행업계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실적에도 '볕든 날'이 돌아왔다. 그동안 연이은 적자로 부침을 겪던 기업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과 함께 줄줄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나투어, 3년6개월만에 흑자 냈다…1분기 영업이익 56억
국내 1위 여행사 하나투어가 3년 6개월 만의 흑자 전환이란 낭보를 전했다.
하나투어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6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영업손실 297억원) 대비 흑자 전환했다고 3일 공시했다. 이는 2019년 3분기(영업손실 28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의 흑자 전환이다. 2019년 2분기(영업이익 132억원) 이후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매출은 83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745.9%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도 94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하나투어는 실적 개선 요인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진 해외여행 활성화와 1분기 성수기 효과를 꼽았다. 1분기 송출객이 54만2000여 명, 패키지 송출객은 26만여 명으로 직전 분기보다 각각 41%, 9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송출객은 35%, 패키지 송출객은 27% 수준까지 회복한 수치다.
또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편과 함께 온라인 채널 비중이 확대된 점도 실적에 일조했다는 설명이다. 2019년 19%에 그쳤던 온라인 채널 고객 비중은 1분기 37%까지 상승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 회복세와 맞물려 온라인 채널 역량 강화 등 체질 개선에 나선 결과 실적 호조로 이어졌다"면서 "온라인 매출 증가와 여행 시장 정상화에 따른 기업 간 거래(B2B) 사업 매출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행사 모두투어 역시 1분기 흑자가 점쳐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모두투어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로 하나증권은 32억원을 제시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1분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해 영업손실 2억원 수준의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웃돌 것"이라며 "송객수가 2019년의 절반 수준인 19만7000명으로 회복했고, 적자를 내던 종속회사의 청산 및 매각으로 레버리지 효과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LCC, 간만에 웃었다…티웨이 1분기 최대 실적
항공업계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의 호실적 소식이 전해졌다. 가장 먼저 시적을 발표한 티웨이항공은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올렸다.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고, 매출은 지난해 1분기의 6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LCC의 주력 노선인 일본과 동남아 노선 수요가 살아난 결과다.
지난달 실적을 발표한 티웨이항공은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이 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평균 전망치) 52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단숨에 흑자 전환하며 코로나19 본격화 전인 2019년 1분기(별도 기준 370억원)보다도 2배 넘는 수준을 거뒀다. 앞서 티웨이는 지난해 1분기와 4분기에 각각 영업손실 388억원, 35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1분기 매출은 35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00.9% 급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서 49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속 해외여행길이 제한됐던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이 크게 뛰었다. 지난해 10월 일본 정부가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을 전면 허용하면서 관련 여행 수요가 회복하기 시작한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이 67.6% 늘어난 수치다.
티웨이항공 외에도 LCC업계 전반의 1분기 호실적이 예견되고 있다.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과 운임 상승 효과를 온전히 누렸다는 진단이다. 특히 1분기에는 해외공항의 인력 부족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의 증편 지연으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한 수혜를 LCC가 입은 것으로 보인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제주항공과 진에어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제주항공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4억원, 진에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98억원이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FSC는 항공 화물 운임 하락 여파로 1분기 이익이 감소세를 보였다. 여객 수요 회복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당시 고공행진하던 화물 운임이 하락한 여파가 컸다. 여행 수요 회복과 함께 여객기 하부 화물칸(벨리 카고) 공급이 늘어 운임이 떨어진 탓이다.
일례로 이날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의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47.4% 감소한 415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3.9% 증가한 3조1959억원을 기록했지만 순이익은 34.6% 감소한 3554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호실적을 이끈 화물 사업은 1분기 매출이 51% 감소한 1조485억원에 그쳤다.
대한항공 측은 "2분기 화물 사업은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으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라면서 "시장 수급 상황 변화를 살펴 적기 대응하고 적극적 신규 수요 개발을 통해 수익 기반을 지속 확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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