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이어 음극재도 미국산...SK온의 IRA 대응 비법은

미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협약 체결
1월엔 우르빅스와 음극재 공동개발 협약
지난해 양극재 생산 시설 구축도 준비 마쳐

미국 애리조나주에 위치한 우르빅스(Urbix)의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흑연 정제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우르빅스 제공

SK온이 양극재에 이어 미국산 음극재 확보를 위해 현지 광물개발 업체들과 손잡았다. 미국 기업들과 연이은 협력이 마무리되면 북미산 음극재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 광물개발 기업 웨스트워터 리소스와 배터리 음극재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3일 밝혔다. 두 회사는 SK온 배터리에 특화된 친환경 고성능 음극재를 연구·개발할 예정이다. 웨스트워터가 정제한 흑연으로 만든 음극재를 SK온이 개발 중인 배터리에 담고 그 성능을 함께 개선해보기 위해서다. 협업 기간은 3년이다. 개발을 마치면 SK온은 웨스트워터로부터 음극재를 공급받아 미국 내 SK온 배터리 공장에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1977년에 설립된 웨스트워터는 미국 나스닥 증시 상장업체로 우라늄 관련 사업을 하다 2018년 흑연 업체를 인수한 뒤 배터리용 음극재 개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미 앨라배마주에서 1만7,000헥타르(ha)에 이르는 흑연 매장 지대의 탐사·채굴권을 갖고 있다. 연간 7,500톤(t) 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은 내년 상반기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질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4대 요소다. 배터리를 만들 때 10~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는 음극재는 배터리의 수명과 충전 속도를 좌우한다. 주로 흑연이 원소재로 쓰인다.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은 배터리 소재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음극재 생산의 85%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현지 공급망을 강화해 IRA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며 "현지 원소재 기업들과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렌스 크라이언 웨스트워터 회장은 "이번 협약은 미국에서 배터리용 천연 흑연을 확보하는 선택지가 될 수 있어 앞으로 SK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SK온은 1월 미 애리조나주에 연간 약 1,000t 규모의 음극재 생산라인을 구축한 우르빅스와도 음극재 공동개발협약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에는 북미에 양극재 생산 시설을 짓기 위한 준비도 마쳤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 포드, 양극재 생산 기업인 에코프로비엠과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는데 이 시설에서 만들 양극재는 SK온과 포드의 합작 배터리 공장 블루오벌SK에 공급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