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 되는 149㎞’ 선발 오승환, 돌직구 부활...“5이닝 던진다” 현실로 [SS시선집중]

김동영 2023. 5. 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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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5이닝이 ‘빈말’이 아니었다. 예정된 투구수를 넘겨 기어이 5이닝을 다 먹었다.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41)이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임팩트를 제대로 남겼다. 특히나 속구의 구위가 올라왔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승환은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키움과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6탈삼진 3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73개를 던졌다. 6회 최충연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왔다.

프로 커리어 전체를 불펜으로 보낸 선수다. 이날 첫 선발 등판에 나섰다. 40세 9개월 18일의 나이, KBO리그 통산 621경기 만에 선발로 나섰다. 역대 최고령에 역대 데뷔 첫 선발 최다 경기수 신기록이다.

앞서 박찬호가 38세 9개월 13일이었고, 전유수가 336경기 만에 선발 등판한 바 있다. 오승환이 아득히 뛰어넘었다. 아울러 개인 최다 투구수(기존 59개), 개인 최다 이닝(기존 4이닝) 신기록을 썼고,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은 타이다.

마무리 그 자체라는 평가를 듣는 선수다. 이런 오승환이 선발투수로 나섰다. 페이스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시즌 10경기 10이닝, 1승 1패 2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앞서 진행된 국민의례에서 예의를 다하고 있다. 마운드에서 1회를 맞이하는 것은 데뷔 후 처음이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박진만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오승환을 마무리에서 잠시 내려오게 했다. 좌완 이승현을 마무리로 정했다. 오승환은 중간투수로 전환. 그런데 이것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이에 아예 선발로 던지도록 했다. 단발성에 가깝다. 길게 던지면서 자기 페이스를 되찾으라는 의미다. 단국대 시절인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선발로 등판했다.

기본적으로 쉬울 리가 없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키움 타자들의 대응도 좋았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온 모양새.

그러나 오승환도 영리했다. 김태군과 배터리 호흡도 좋았다. 일단 키움 타자들이 1회 슬라이더만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2회 들어 슬라이더를 봉인했다. 대신 속구를 썼다. 공에 힘이 있었다.

가운데 몰리면서 실점까지 갔으나, 1회와 확연히 달랐다. 3회 들어서는 슬라이더를 다시 던졌고, 포크볼과 커브를 더했다. 결과는 무실점이다.

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시속 140㎞ 중후반의 묵직한 공도 뿌렸다. 최고 시속 149㎞까지 찍혔다. 최저 시속도 144㎞. 한창 좋을 때 공이 나왔다. ‘팍팍’ 꽂히는 그 속구가 나왔다. 제대로 맞은 공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떤 투수도 정타는 맞는다.

오히려 타자들의 배트가 밀리는 모습을 봤다는 점이 반갑다. 특유의 다이나믹한 투구폼도 돌아왔다. 보는 이들도 탄성을 자아냈다. 최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오승환은 이날 1회초 1사 후 박찬혁에게 좌중간 2루타를, 김혜성에게 우월 투런포를 맞았다. 전부 슬라이더를 던지다 내주고 말았다.

사실 김혜성을 상대로는 몸쪽 잘 던진 공이었지만, 김혜성의 반응이 좋았다. 다시 애디슨 러셀에게 우중간 2루타를 내줬다. 이원석-이형종을 범타 처리하며 이닝을 끝냈다.

2회초에는 임병욱과 김휘집을 연속 3구 삼진으로 제압했다. 임병욱은 커브로, 김휘집은 포심으로 삼진 처리. 6개를 던지면서 슬라이더는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삼성 오승환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키움전에 선발 등판해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이지영에게 우전 안타를, 이정후에게 좌중간 적시 2루타를 맞아 0-3이 됐다. 이번에는 둘 다 속구를 던졌고, 공략을 당했다. 박찬혁을 2루수 뜬공으로 잡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3회초 선두 김혜성을 2루 땅볼로 막았고, 러셀에게 우익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비교적 정타였으나 야수진의 단단한 수비가 있었다. 이원석을 커브로 삼진 처리, 이닝을 마쳤다. 3회까지 투구수 47개.

4회초에도 올라왔다. 이형종과 임병욱을 연속 삼진으로 잠재웠다. 이형종은 슬라이더, 임병욱은 커브가 승부구였다. 김휘집을 만나서는 슬라이더를 뿌려 1루수 파울플라이로 막고 이닝을 종료했다.

끝이 아니다. 5회에도 마운드를 밟았다. 박진만 감독이 “60구를 생각하고 있다”고 했는데, 63개를 던지고도 투구를 이어갔다.

첫 타자 이지영을 투수 땅볼로 처리했다. 이정후에게 빗맞은 타구를 또 유도해 포수 땅볼로 막았다. 박찬혁을 삼진으로 막고 5회를 마쳤다. 투구수 73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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