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힌덴버그, 이번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 노렸다

칼 아이칸/AFPBBNews=뉴스1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한 월가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이 월가 공매도 세력인 힌덴버그리서치(힌덴버그)의 타깃이 됐다. 힌덴버그가 아이칸이 이끄는 투자회사 아이칸엔터프라이즈(IEP)를 저격하는 보고서를 내면서다.

2일(현지시간) CNN비즈니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힌덴버그는 이날 보고서에서 IEP가 "보유 지분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가치는 75% 이상 부풀려져 있고, 주가는 순자산가치보다 200% 넘는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IEP가 "신규 투자자에게서 받은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폰지 사기와 같은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보고서 여파로 IEP 주가는 20% 넘게 폭락해 40.3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하루 새 아이칸의 순자산은 29억달러(약 3조8700억원) 쪼그라들었다.

IEP는 성명을 내고 힌덴버그의 보고서는 "IEP의 장기 주주들을 희생시켜 공매도를 통해 이익을 내려는 것일 뿐"이라며 "언제나 그랬듯 장기적으로 IEP의 성과가 스스로를 대변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행동주의 투자자의 선구자 중 하나로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투명성에 대해 비판하던 아이칸이 되레 비판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월가에서 가장 무시무시하고 공격적인 투자자 사이에 전투가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아이칸은 악명 높은 행동주의 투자자로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거나 실적이 저조한 기업들의 지분을 획득한 뒤 주주 권리를 내세우면서 경영에 개입해 부를 쌓았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배당 확대에 치중한다.

힌덴버그는 2017년 설립된 행동주의 펀드다. 경제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목 아래 부정행위를 일삼거나 지배구조가 불분명한 기업들을 골라 공매도를 건 뒤 고발 보고서를 발표해 기업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을 실현한다. 2020년 미국 전기차 회사 니콜라의 사기극을 폭로해 유명세를 탔다. 올해엔 인도 아다니그룹과 미국 핀테크업체 블록을 겨냥한 보고서를 내며 시장을 뒤흔들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