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담보 가치 높이려?’…월세로 둔갑한 전세 계약서
[KBS 부산] [앵커]
집주인과 연락이 닿지 않아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못 받고 있는 중구의 한 빌라 관련 보도, 지난주에 전해드렸는데요.
그런데 집주인이 이 빌라를 담보로 은행에 낸 근저당 계약서에 보증 금액이 허위로 적힌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이 빌라를 담보로 33억여 원의 대출을 해준 신협 측은 계약서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김옥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전세금을 받지 못하는 빌라 세입자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김 모 씨.
불안감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는 부산의 한 신용협동조합에 '선순위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가 황당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집주인이 대출을 받으려 신협에 낸 전세 계약서입니다.
보증금이 천만 원에 월세가 70만 원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실제로 맺은 전세 계약의 보증은 7천만 원.
집주인이 보증금을 터무니없이 낮춘 엉터리 전세 계약서를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에 제출한 겁니다.
[김 모 씨/세입자 : "(신협 측이) 보증 금액이 얼마 안 돼서 돌려받을 수 있을거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저희는 그 금액이 아니라고 하니까 당황하면서 '자기들이 알고 있는 금액과 다르다...'"]
이렇게 보증금 액수를 낮춰 위조한 이유는 뭘까?
신협 측은 집주인이 거래 금액을 적게 적으면 집 한 채당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높아지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억 원짜리 집에 1억 8천만 원의 전세가 잡혀있다면 남은 2천만 원의 가치만을 따져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계약서상 전세 금액이 낮아지면 담보가치가 늘어나 대출할 수 있는 액수가 늘어난다는 겁니다.
수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계약서에는 세입자 김 씨의 번호 대신 다른 전화번호가 적혀있었습니다.
이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빌라 관리자 지인/음성변조 : "(세입자인데, 이○○ 씨(집주인)나 최○○ 씨(관리인)는 아시죠?) 그렇죠. 당연히 알죠... 거기 사시는데 제 번호가 거기 왜 적혀 있어요?"]
집주인 이 씨와 빌라 관리자 최 씨의 지인이 받습니다.
세입자는 집주인이 대출 과정에서 금융기관의 추가 확인을 피하려 허위 번호를 적었다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이런 식으로 전세계약서가 위조됐다고 주장하는 세입자는 이 빌라에만 15명에 달합니다.
신협 측은 세입자 계약서 원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해, 계약서 위조가 확인될 경우 집주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KBS 뉴스 김옥천입니다.
촬영기자:정운호·김기태/영상편집:백혜리/그래픽:김희나
김옥천 기자 (hu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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