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4-⑥ 동상 만들고 화폐 새기고… 멕시코가 사랑한 ‘뮤즈’
호텔로 향하는 길에 조그만 포켓 공원 벤치에 앉아 바로 앞 팔레트를 손에 들고 있는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무리 지어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이 동상을 둘러싼다. 뜻밖에도 가이드를 통하여 동상 주인이 멕시코 화폐 500페소에 새겨진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멕시코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y Frida Kahlo)다. 그는 1900년대 초반부터 1950년대 후반까지 활동한 사실주의 화가로 입체적이고 감각적인 화풍에 멕시코 특유의 정신을 잘 구현한 예술가로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다.
그의 아내 프리다 칼로(Frida Kahlo) 역시 화가로서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뮤즈이자 떼어놓을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였다. 멕시코 500페소 화폐 전면에는 디에고 리베라가 뒷면에는 프리다 칼로가 새겨진 것을 볼 때 이들이 멕시코 예술에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한다.
이처럼 화폐에는 그 나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과 상징성이 돋보이는 유적을 새기는 것이 보편적이다. 여행하는 나라의 화폐만 잘 살펴보아도 그 나라 역사와 유물, 주요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듯이, 멕시코 화폐에도 예외 없이 주요 인물과 유적이 새겨져 있다.
과나후아토 구시가지는 과거 콜로니얼시대 에스파냐의 식민 통치를 당한 안타까운 역사의 산실이다. 그러나 후손들은 선조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여러 나라에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을 상대로 삶을 이어간다. 아이러니한 현실이지만 그들에게 과거는 이제 잊어버린 역사가 됐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그들의 삶을 받아들이며 미래를 향한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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