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피해 가장 큰 아동, 정책엔 소외
[왜냐면] 박시후 | 파주 지산중 2학년·월드비전 아동권리대표단
요즘은 인터넷을 조금만 둘러봐도 기후변화 관련 글들이 많이 보인다. 또한 앞당겨진 개화 시기와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 같은 현상들은 기후변화가 우리 삶에 직면한 문제임을 알려준다. 학교에서는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기후변화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주는 영향이 무엇인지,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를 배우며, 직접 실천 행동을 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나도 얼마 전 ‘지구의 날’(4월22일)에 집에서 10분 동안 소등하기도 하고, 밖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기도 했다.
일상 속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실천이 중요하다는 것은 잘 알지만 문득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지금 기후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어른들인데,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가장 오래도록 입을 이는 아동이다. 불공평하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내가 배웠던 기후변화 관련 교육에서도 주로 일상 속 실천 방법만 알려줄 뿐, 기후변화가 아동의 입장에선 불공평한 문제라는 것을 깊이 알아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배운 대로 실천하며 노력하고 있는데도 기후변화는 점점 다가오고 있으며, 그 속도는 느려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월드비전 아동권리대표단 정기 모임에서 기후변화는 아동의 권리를 위협하는 문제라는 것을 배웠다. 아동권리에 관한 대표적 전문가 그룹인 유엔아동권리위원회도 기후위기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아동권리 침해 이슈로 보고 유엔아동권리협약 일반논평 26호를 최종 논의한다고 한다. 26호 초안에는 기후변화가 ‘세계적 아동권리에 대한, 긴급하고 체계적 위협’이며 ‘기후변화가 환경오염을 유발해 아동의 생명권을 위협하고, 생태계 변화를 통해 식량 부족을 야기하는 등 아동의 삶에 다양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므로 기후위기 및 환경 관련 정책을 만들고 실천할 때 아동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며, 정부는 아동의 의견을 묻고 반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나 같은 아동에게 플라스틱 덜 쓰기, 분리수거 잘하기 등을 실천할 책임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마침 4월10일 대한민국 정부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을 보니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높이기는커녕 오히려 낮추겠다고 하고,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 내용도 아쉬웠지만 이렇게 중요한 정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아동인 내가 전혀 알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더욱 아쉬웠다. 학교에서도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관심을 갖고 찾아보았지만, 내용은 200쪽에 달했고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았다. 아동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환경정책인 만큼,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계획안을 살펴보니 ‘아동’이라는 단어를 딱 두 번 언급했는데, 심지어 초안에는 이마저도 없었다고 한다. 최종본에는 아동을 이행 점검 과정에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으니, 정부가 구체적 계획을 세워 이 약속을 잘 지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나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기후변화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주변 사람에게 공유하는 등 일상 속 실천을 계속 이어가려고 한다. 동시에 정부가 아동을 위해 기후변화를 멈추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하도록 목소리를 낼 것이다. 월드비전 아동권리대표단 활동을 통해 아동권리와 옹호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기후변화가 국내외 아동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더 깊이 공부하고, 우리나라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싶다.
5월5일 어린이날은 어린이를 존중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1년 가운데 어른들이 어린이의 목소리를 가장 귀담아듣는 날이기도 하다. 나는 그런 어린이날을 빌어 기후변화가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로 어린이를 위한다면 먼저 어린이의 목소리를 듣고 기후변화와 아동권리를 위협하는 모든 문제를 어린이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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