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정매매·가장매매… 불법기술 총동원한 ‘울산발 주가조작’

이보람 2023. 5. 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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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금융가를 강타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법원 판결이 최근 울산에서 나왔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씨의 투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린 이번 사건에 앞서 통정·가장매매, 종가관여주문 등 주가조작 기술이 망라된 '울산발 주가조작'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A씨 등은 1368차례에 걸쳐 36만5171주의 고가매수주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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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주가조작단 범죄 전모
50대 2명 반대매매 우려에 모의
본인·친인척 등 36개 계좌 이용
거래 활발하게 보이려 가장매매
가격하락 막으려 고가매수하기도
1심서 징역 8개월·집행유예 2년

여의도 금융가를 강타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사태’의 법적 책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법원 판결이 최근 울산에서 나왔다. 가수 겸 배우 임창정씨의 투자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린 이번 사건에 앞서 통정·가장매매, 종가관여주문 등 주가조작 기술이 망라된 ‘울산발 주가조작’ 범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울산지방법원 청사. 뉴스1
3일 울산지법 제1형사부 등에 따르면 지인인 50대 A씨와 B씨는 2017년쯤 한 투자증권 직원의 소개로 모 주식에 투자하기로 했다. 본인과 친·인척, 지인 등 36개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샀고, 다시 이들 주식을 담보로 돈을 더 빌려 주식을 추가로 사들였다. 그리고 주가가 오르길 기다렸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그해 10월쯤 5000원 안팎이던 자신들의 주식이 4000원 안팎으로 급락한 것이다. 반대매매, 즉 담보비율 이하로 주가가 내려갔고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주식이 처분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주가조작으로 가격하락을 막아서 주식이 반대매매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2017년 11월부터 2018년 7월까지 다양한 주가조작 기술을 사용했다.

우선 사고파는 주문을 동시에 넣는 가장매매를 활용했다. 이들은 직전가(가장 최근 주식매매가 체결된 가격) 4065원보다 5원 낮은 4060원에 4060주 매수 주문을 했다. 그러곤 10초 뒤에 매수가격과 같은 값에 주식 4000주 매도 주문을 넣었다. 해당 주식의 거래가 활발한 것처럼 보였고, 실제 1569주에 대한 매매도 체결됐다. A씨 등은 이런 방법으로 10차례에 걸쳐 가장매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이 동시에 주식 매수와 매도 주문을 하는 통정매매도 18차례 했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가매수도 일삼았다. 직전가 또는 상대호가(매도 1호가)보다 높은 가격의 매수 주문을 반복적으로 넣어 주가가 크게 상승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한 것이다. A씨 등은 1368차례에 걸쳐 36만5171주의 고가매수주문을 냈다. 시가 결정을 위한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 종가 결정을 위한 오후 3시20분부터 3시30분에 예상체결가격인 4460원보다 25원 높은 4485원에 매수 주문을 해 시·종가를 높이는 시·종가관여주문까지 했다. 직전가 대비 50원 낮아 체결 가능성이 희박한 가격인 4045원에 2015주 대량 매수를 주문했다가 16초 뒤 취소하는 방식의 허수매수주문까지 쓰였다.

수사기관은 이들의 거래를 지켜보다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불법 주가조작이 드러났다. 검찰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들을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A씨 등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 기능을 저해하고,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에게 예상할 수 없는 손해를 끼칠 위험성이 있는 점 등 엄벌이 필요하지만 범행으로 얻은 이익이 없는 것을 양형에 참작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인 울산지법 제1형사부도 지난달 6일 A씨 등의 항소를 기각했다.

한편,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에게 “자본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범죄에 대해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과 유기적으로 협력,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강조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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