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4억 들던 치료제가 780만원으로…소아희귀질환 건보 혜택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2023. 5. 3.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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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경기도에 거주하는 혈우병 환자 A군(5세)은 최근 지친 투병생활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 혈우병 치료제인 ‘헴리브라’를 투약하며 더 이상 혈관에 주사를 맞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멍도 눈에 띄게 줄었다. A군의 어머니 B씨는 “기존에 맞던 정맥주사 치료제는 몇 번씩 주사를 꽂는 데 실패하고 다시 맞아야 하는 상황이 많았고 어렵게 주사하더라도 멍과 자연출혈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소아희귀질환 치료제가 잇달아 급여를 인정받으며 소아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기고 있다. 잇단 희소식에 일부 다국적제약사도 약가 협상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신속등재 절차를 신청하고 있다.

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소아 구루병 치료제인 ‘크리스비타주’가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A형 혈우병 치료제인 ‘헴리브라’도 이달부터 급여가 확대 적용된다. 크리스비타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신속등재 1호 사례다. 올해부터 소아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하는 약제도 신속등재 대상이 됐다. 신속등재를 거치면 심평원 평가를 30일, 건강보험공단 약가 협상을 30일 줄여 전체 등재 기간을 60일 단축할 수 있다.

크리스비타는 저인산혈증성 구루병 및 골연화증에 사용되는 치료제다. 저인산혈증이란 인의 대사에 관여하는 특정 호르몬이 과잉 생성되며 발생하는 유전병이다. 이로 인해 다리가 심하게 휘는 등 골격 변형이 발생하며 극심한 근골격계 통증이 동반된다. 국내 환자는 100명도 되지 않지만 기존에 환자 한 명이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는 연간 2억원에 달했다. 이번에 크리스비타가 급여에 등재되며 환자 한 명이 부담하는 연간 투약비용은 최대 1014만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헴리브라는 만 1세 이상의 비항체 중증 A형 혈우병 환자까지 급여 인정 범위가 확대됐다. 이전에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항체를 보유한 중증 A형 혈우병 환자에게만 급여가 적용됐다. 헴리브라의 경우 투약의 편의성을 인정받아 급여가 확대됐다. 기존 치료제는 주 2~3회 간격으로 정맥주사(IV) 제형으로 맞춰야 했다. 때문에 투약시간도 2~3시간 걸릴 뿐 아니라 소아 환자의 경우 혈관을 찾기 어려웠다. 헴리브라는 최대 주1회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이런 불편함을 해소했다. 기존에 비급여 치료비는 연간 최대 4억원에 이르렀다. 비항체 환자까지 급여가 확대되며 연간 투약비용은 최대 780만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도 최근 소아 희귀질환 신경섬유종증 치료제인 ‘코셀루고’에 대해 신속등재 절차를 신청했다. 신경섬유종증은 피부와 중추신경계에 특징적인 이상을 보이는 희귀질환이다.

소아 희귀질환의 경우 환자는 적은 반면 약가가 높기 때문에 보다 전향적으로 급여 등재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종혁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한국은 다른 국가 대비 건보 재정에서 희귀질환 치료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아 소아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좀 더 급여를 인정해줄 필요성이 있다”며 “건보 재정 지속성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희귀질환 기금 등 별도의 재정을 설정하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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