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답방하는 기시다…‘과거사 유감’ 등 선물 보따리 풀까

박태진 2023. 5. 3.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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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셔틀외교’ 완전 복원…과거사 진전된 태도 미지수
‘가치연대’ 가속…교도통신 “역대 내각 ‘반성·사죄’ 계승”
한일 안보실장 회담 갖고 기시다 방한 준비 논의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지 50여일 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른 한국 답방을 결정하면서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특히 기시다 총리의 답방으로 한일 정상이 상대국을 오가는 ‘셔틀외교’가 완전히 복원되면서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 등을 담은 성의 있는 호응이 나올지도 관심사다.

지난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회견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日언론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 예정”

대통령실은 지난 2일 기시다 총리가 오는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7일 오후에, 친교 만찬은 당일 저녁에 각각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이달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여름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크게 앞당겨졌다.

윤 대통령이 한국 주도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직후인 3월 16~17일 일본을 방문해 정상교류 재개 물꼬를 텄고, 지난달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며 국정 운영 주도권을 쥔 기시다 총리가 조기 답방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의 조기 방한은 공유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이른바 ‘자유진영’ 연대를 가속할 필요성에 한일 양국이 모두 공감하는 가운데 성사된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부도 미국뿐 아니라 가치를 함께하는 일본과도 전략적 공조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3월 강제징용 ‘제3자 변제’ 해법을 발표, 일본과 협력 확대 걸림돌로 작용하던 과거사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는 데 나섰다. 물론 해법 발표 당시 기시다 총리 등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등 역대 담화를 계승한다고 밝히면서도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등 일본의 호응은 미흡했다.

국내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한에서 직접 사과하는 등 과거사 문제에 진전된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언론도 기시다 총리가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역대 내각의 ‘통절한 반성과 사죄’ 입장을 계승하겠다는 뜻을 표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3일 “기시다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을 뒷받침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은 또 일본의 ‘성의 있는 화답’을 기대하는 한국 여론의 반응이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산케이신문은 한국 보수 매체들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의 사죄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尹 “파트너 한일, 글로벌 위기 연대 대응해야”

정부는 일단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호응을 얻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현재 필요한 양국 공조나 미래지향적 협력에 중요성을 부여하는 기류도 읽힌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한미일 안보 협력 발전이나 공급망·첨단기술 협력 등이 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오후 아키바 다케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일 안보실장 회담 및 경제안보대화 출범회의를 가졌다. 한일 안보실장 협의에서 양측은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이후 조성된 한일 관계의 본격적 발전 흐름을 평가하고, 오는 7~8일로 예정된 기시다 총리의 방한과 관련한 준비 현황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안보, 경제, 사회문화, 인적 교류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의 협력을 계속 구체화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대통령실이 보도자료를 통해 전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한일 안보실장 회담을 위해 방한한 아키바 국장을 접견하고 “공통의 가치에 기반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인 한국과 일본은 글로벌 복합위기 앞에서 서로 연대해 대응해야 한다”며 “안보는 물론 산업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일 간 협력의 폭과 깊이를 계속 심화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최근 한일관계 개선 분위기를 평가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양국 간 청년과 학생 교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협력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한일관계 개선과 그 편익이 국민에게 체감될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일 셔틀외교가 이어지면서 한일 간 우호와 협력이 점차 확대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아키바 국장이 많은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아키바 국장은 ‘한일관계 개선을 주도한 대통령님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기시다 총리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태진 (tjpar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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