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기후활동가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이 기각된 이유
두산에너빌리티(전 두산 중공업)가 건물 조형물에 녹색 스프레이를 뿌린 기후 활동가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나 기각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두산의 손해배상 청구가 “막연하다”고 봤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민사22단독 김재연 판사는 3일 두산에너빌리티가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 이은호씨와 강은빈씨에게 낸 1840만원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들은 2021년 2월 경기 성남시 두산에너빌리티 본사 건물 앞에 설치된 ‘두산(DOOSAN)’ 모양 상징물(론사인)에 녹색 수성 스프레이를 칠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베트남에서 붕앙2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이라는 이유였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같은 해 4월29일 ‘시위로 기업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고, 원고 회사의 임직원들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론사인을 교체하는데 들어간 비용 1840만원을 손해액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론사인에 페인트를 칠하고, 론사인 위에 올라가 시위를 하는 과정에서, 조형물에 긁힘, 찍힘, 들뜸 등 손상이 생긴 사실은 인정했다. 조형물 하단의 대리석에 페인트가 스며들어 오염된 것도 인정했다.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재판부는 ‘1840만원’이라는 손해액을 원고인 두산 측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봤다. 일반적으로 물건이 훼손됐다면 수리·원상회복이 가능한 경우에는 수리비가,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비용이 과다한 경우에는 훼손으로 교환가치가 감소한 부분을 손해로 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론사인의 수리 또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거나 그 비용이 과다한 경우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라며 “(두산 측은)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막연히 이 사건 론사인의 교체 비용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강은빈 청년기후긴급행동 대표는 “두산 측의 손해배상 청구액이 과도하고 근거가 불명확해 직접행동 활동가들에 대한 보복성 소송이라고 주장해왔는데 재판부에서도 터무니없다고 본 것 같다”라며 “ESG 윤리 경영을 말하며 활동가를 입막음하기 위해 보복하려는 흐름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론을 맡은 김보미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지속 가능 경영을 선언하며 환경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원고 회사 측의 다소 모순적이고 지나친 대응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법원에서 기후 정의 활동가들의 행동에 대해 고민하고, 판단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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