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 방법은 달라도, 훌륭한 판사의 특징은 다르지 않다 [오용규의 삶을 바꾼 판결]
편집자주
판결은 재판받는 사람에게만 효력이 있지만, 대법원 판결은 모든 법원이 따르는 규범이 된다. 규범화한 판결은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판결과 우리 삶의 관계를 얘기해본다.
재판 결과를 좌우하는 판사의 성향
국가별로 서로 다른 판사 임용 절차
투명·공개재판 선호 판사 많아져야
우리나라에서 재판은 판사가 진행하고 판사가 판단한다. 인공지능이 재판을 하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언론에서 보도되곤 하지만 외국에서든 우리나라에서든 아직 재판을 인공지능이 한다는 얘기는 잘 들리지 않는다. 이처럼 재판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한다. 따라서 재판을 하는 방식, 재판의 결과는 판사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관으로 재직 중일 때는 어느 판사이든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변호사로 사건을 대하면서 사건 담당 판사가 누구인지 꼭 찾아보게 된다. 언론에서도 재판 결과에 대해서 대서특필하고 판사가 누구인지, 그 판사의 성향이나 다른 사건에서의 판결 경향에 대해서도 보도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정작 이러한 재판을 하는 판사를 어떻게 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 출신으로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변호사 등 법조인 중에서 법원이 자체적으로 법관을 선발한다. 법관 선발이니 당연히 법원 자체적으로 선발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선진국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미국은 주마다 다른 방식으로 법관을 임용하는데 대체로 선거, 주지사나 의회의 임명, 실적 위주 선발 3가지이다. 실적 위주 선발은 법조인과 비법조인이 섞인 법관지명위원회가 검증을 통해 법관후보자를 추천하고 주지사가 그중에서 임명하는 방식이다. 법관지명위원회의 선발기준은 고결성, 법률 지식과 법적 능력, 전문적 경력, 사법적 기질, 성실성, 건강, 재정적 책임, 공적 활동 등이라고 한다. 미국 연방법원 판사는 연방상원 인준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며 종신제이다. 영국은 법조인과 비법조인이 섞인 법관인사위원회에서 법관 지원 변호사들에 대하여 서류 심사나 필기시험을 실시한 후 면접 등을 통하여 법관을 최종 선발한다.
독일은 일반적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바로 수습법관으로 임용되어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사람 중에서 임용된다. 법관 임용은 주마다 다른데, 주로 주의 법무부 장관과 법관선발위원회가 공동으로 결정한다. 투표에서 과반수를 받아야 법관 임명이 된다고 한다. 프랑스의 판사와 검사는 단일한 조직을 구성하고 판사, 검사 직역을 서로 옮길 수 있다. 시험을 통하여 국립사법관학교에 입학하고 2년 반 정도의 교육을 받은 후 사법관(판사, 검사)에 임용된다. 일본은 사법연수원을 마친 후 10년간의 판사보로 근무한 사람 중 임용한다.
선진국 5개 나라만 보더라도 영미법계(미국, 영국)와 대륙법계(독일, 프랑스, 일본) 나라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 영미법계는 주로 변호사 중에서, 대륙법계는 처음부터 선발하여 판사로 양성한다. 어느 방식이 더 좋다고 할 수 없다. 그 나라의 사법 상황에 잘 맞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미국 방식에 가깝게 법관을 선발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앞으로 분명히 재판 운영 방식은 예전과 달라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판사의 머릿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신뢰받는 재판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법이 공개재판이다. 법정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 변호인 등 모든 소송 관계자가 제출한 모든 자료들을 법정에서 드러내고, 중요 쟁점에 대하여 서로 공격과 방어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 판사는 이들의 주장을 경청하고 의문이 나는 점은 물어보아서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어떤 점에서 유리하고 불리한지 알 수 있고, 보완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판사가 자신의 머릿속에만 두고, 꺼내 놓지 않은 채 그 이유로 판단을 내리면 당사자는 그만큼 재판 결과에 승복하기 어려워지고 불만을 가지게 된다.
변호사로서 이러한 경험을 쌓은 분들을 판사로 임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와 같이 재판을 하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부디 크게 바뀐 법관임용제도의 의미를 잘 살리는 재판이 갈수록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오용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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