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병훈 칼럼] 사후약방문 금융당국의 CFD제도 개선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의 뇌관으로 CFD(차액결제거래)가 지목되고 있다. CFD는 투자자가 증거금을 증권사에 납입하면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증거금의 최대 2.5배까지 기초자산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일종의 '빚투' 파생금융상품이다. 투자자가 주식의 매수를 주문하면 주가가 상승할 경우 증권사는 주식 매수가격과 매도가격의 차액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고, 수수료 수입을 받는 구조다.
만약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매수한 주식의 가치가 증거금 미만이 되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부족한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할 것을 요구한다. 투자자가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매도해 투자자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한다. 이를 '반대매매'라 한다. 이 반대매매가 추가로 주가를 큰 폭으로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 CFD는 투자자가 주식의 매도를 주문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주가 하락 시 투자자는 이익을 얻고, 상승 시 손실을 본다. 그러므로 CFD는 주가가 큰 폭으로 변동할 경우 이익을 볼 수도 있는 반면 손실을 볼 위험성도 큰 금융상품이다.
이번 사태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2일 CFD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미 작년 5월 금융감독원에서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발표하며 CFD 관련 위험에 대해 지적한 바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주식 8개 종목의 주가 폭락으로 지난달 24일부터 4일 만에 시가 총액 8조2000억 원이 증발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생겼다.
CFD가 이번 주가 폭락 사태의 뇌관이 된 가장 큰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다수 CFD 거래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CFD 투자자와 거래한 국내 증권사와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 주식 매수거래를 한 외국 증권사가 주식을 보유해 국내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지분 공시 의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19년 11월 정부는 CFD 거래를 할 수 있는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예를 들면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 원과 연소득 1억 원 이상 또는 부부합산 1억5000만 원 이상이라는 기준만 만족해도 개인전문투자자로 CFD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위험성이 큰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CFD 투자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이로 인해 2021년 CFD 거래대금 중 개인투자자 비중이 97.8%를 차지하게 됐다. 그 결과 주가 조작 세력이 전문지식이 부족한 개인투자자 명의를 주가 조작에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CFD는 투자자가 아닌 주식 매수거래를 대행한 외국 증권사가 주식을 보유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 외국인 투자자로 분류되는 외국 증권사는 지분 공시 의무를 적용받지 않으므로 주가 조작 세력이 CFD를 활용해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서 주가를 올릴 수 있었다.
금융위원회의 CFD 관련 제도 개선안에는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개인전문투자자 요건은 대폭 강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위험성이 큰 CFD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파생금융상품 관련 전문지식을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 소지 요건이 추가돼야 할 것이다. 또한 개인전문투자자의 소득과 자산요건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반대매매를 통해서 증권사가 CFD 투자자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증권사는 CFD 투자자에게 변제를 요구하는데 만약 CFD 투자자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면 결국 이는 증권사의 손실이 되어 증권사의 부실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CFD가 금융당국의 감시를 피해 주가를 조작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CFD를 통해 주식을 매수한 실제 투자자 정보와 이들이 매수한 종목과 지분 규모를 금융당국이 파악할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난 2일 금융위원회가 주식 매수 주체를 실소유주로 표시하는 개선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바람직하다. 금융당국은 CFD 뿐만 아니라 이와 비슷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들 관련 제도도 면밀히 검토해 이번 주가 조작과 유사한 사태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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