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애플페이`發 간편결제 수수료 논란

2023. 5. 3. 18: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강길홍 금융부동산부 금융팀장

삼성페이 출시 초기, 어머니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잠시 봐드리고 있을 때였다. 한 손님이 물건을 사고 스마트폰을 내밀었다. 삼성페이였다. 당시 가게에는 오래된 카드결제 단말기뿐이었고, 그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대는 곳은 없었다. 당연히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일반 카드로 결제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그 손님은 답답하다는 듯이 직접 단말기에 스마트폰을 갖다 댔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결제가 이뤄졌다. 동그랗게 뜬 눈으로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던 기억이 아직까지 남아 있다.

미국에서 처음 사용된 최초의 신용카드는 두꺼운 종이로 만들었다. 카드를 소유하고 있다는 신분증인 셈이다. 카드를 보여주고 명세서에 카드번호 등 정보를 직접 손으로 써서 결제해야 했다. 매번 카드번호를 일일이 적어야 하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을 듯하다.

플라스틱 카드가 등장하면서 번거로움이 줄었다. 손으로 직접 적는 대신 먹지를 이용해 카드정보를 옮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후 신용카드 결제방식은 마그네틱보안전송(MST)과 집적회로(IC) 방식 등으로 발전을 이어갔다. 지금은 스마트폰에 신용카드를 저장해 실물카드는 들고 다닐 필요조차 없어졌다. 삼성페이의 공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삼성페이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해외 간편결제 시장은 애플페이가 주도하고 있다.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 공식 출시됐지만 한국에는 9년여 만에 진출하게 됐다. 애플페이의 국내 상륙으로 업체간 경쟁도 활성화되면서 카드결제 방식도 한단계 더 발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근거리무선통신(NFC) 단말기를 활용한 애플페이는 무엇보다 빠른 결제가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물론 단말기에 접촉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인 삼성페이의 속도도 느리지는 않지만 애플페이는 단말기 근처에만 가도 결제가 이뤄진다. 향후 무인점포 등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들고 나가기만 해도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도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애플페이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NFC 단말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현재 보급률은 전국 가맹점의 10% 수준으로 추산된다. 반면 삼성페이는 카드결제가 가능한 모든 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애플페이만으로는 지갑을 두고 다니기가 안심되지 않겠지만 단말기 보급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MST 방식의 카드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도 포스(POS) 단말기 가격이 너무 비싸 가맹점들이 도입을 꺼렸었다.

하지만 기술 발달과 함께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고, 카드사들도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서면서 완전한 표준으로 뿌리내렸다. 가맹점들도 더 안전한 결제방식으로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포스 단말기를 선호하게 됐다. NFC 단말기 역시 빠른 결제와 보안 기술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기 시작하면 가맹점들 입장에서도 도입을 망설일 이유가 없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의 선호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유일하게 애플페이를 이용할 수 있는 현대카드는 3월에만 신규 회원 수가 20만3000명에 달했다. KB국민카드(14만9000명), 신한카드(13만6000명), 삼성카드(12만7000명) 등 선두 업체의 2배 수준이다. 애플페이를 사용해보려는 소비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페이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간편결제 업계는 물론 신용카드 업계의 경쟁을 촉진시키면서 소비자 편익도 높아질 것이다.

문제는 애플페이의 수수료다. 그동안 삼성페이는 카드사들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반면 애플페이는 카드사에 최대 0.15%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현대카드를 제외한 카드사들이 애플페이와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수수료 탓이 크다. 카드사들은 수수료를 내면서까지 애플페이를 도입할 필요성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애플페이를 앞세운 현대카드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경쟁 카드사들도 결국은 애플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카드사들의 애플페이 도입이 이어지면 삼성페이도 유료화 명분을 갖게 된다. 이미 삼성페이는 애플페이 국내 진출을 계기로 그동안 미뤄왔던 유료화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페이 유료화가 현실화되면 카드업계도 비용 증가를 빌미로 소비자 혜택을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사들은 지금껏 삼성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로 손쉽게 디지털 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공짜 점심을 먹고 있었던 셈이다. 또한 간편결제 서비스 확산이 신용카드 사용을 크게 늘린 측면이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수수료 부담을 감수해야 할 시점이 됐다.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slize@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