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尹 용기있는 결단에 답방"… 진전된 과거사 입장 나오나

김미경 2023. 5. 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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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 후
역대내각 계승 입장 표명할듯
더 진전된 내용 담을지 주목
日 내부서도 "화답할 차례"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7~8일 한국을 방문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일제 강제동원(징용)을 비롯한 과거사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채운 물잔의 나머지 절반을 일본이 '성의 있는 후속조치'로 채워야 한다는 여론이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커지고 있어서다.

일본 교도통신은 3일 "기시다 총리는 한국을 방문해 과거 식민 지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고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가 일제 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부담을 덜어준 '제3자 변제 방식'을 택한 것에 일본이 화답하는 취지라는 설명이다.

일본 언론은 일본의 '성의 있는 대응'을 기대하는 한국 여론에 주목했다. 보수 우익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이날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오는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평가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한국 내에서 일본 측이 준비한 선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신문은 또 한국의 보수성향 언론들도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의 방일 당시보다 더 진전된 표현으로 사과를 언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한국에서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명확한 사죄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한국 분위기를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언급이 주목을 받는 것은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지난 3월 도쿄 정상회담 이후 2개월 만에 성사된 이번 서울 회담에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양국 국민에 인식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시다 총리가 도쿄 회담에서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내놓기는 했지만 그 이후로도 제1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고, 역사왜곡 교과서 논란도 여전한 탓이다. 한일 양국 사이에는 2004년 7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셔틀 정상 외교가 이듬해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중단됐던 전례가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사과를 표명하는 것은 쉽지 않더라도 한국 방문 기간 중 일제 징용과 위안부 등 피해자 측에 진정성있는 위로를 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 대통령의 '제 3자 변제 방식'과 한일정상회담 추진을 '정치적 용기와 개인적 헌신'이라고 높이 평가했던 만큼 이에 상응하는 기시다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기시다 총리의 진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부의장인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엔 일본 총리가 용기를 내야 할 때"라며 "역대 일본 정부의 인식을 계승한다던 3월 회담 수준을 넘어 사과와 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서 한일 관계의 새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MBC 라디오에서 기시다 총리의 과거사 언급 가능성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적어도 '김대중-오부치' 선언 내용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것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한미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수 차례 한일관계 진전 결단에 사의 표명을 했는데 사실상 일본도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을 하라는 암묵적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이번 한일 정상회담만큼은 굴욕으로 점철된 지난 정상회담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는 한국을 방문하는 7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공조 방안과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비롯한 한·일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는 것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 올림픽 개막식을 참석한 이후 5년여 만이며 셔틀 외교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의 방한 이후 12년 만이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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