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향기 그대로… 수묵으로 피어난 자연
초록 보리밭이 물결치듯 펼쳐지고,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마치 꽃이 피고 지는 대자연에 있는 듯 싱그러운 향기가 내내 코끝에 머무는 것 같다.
안양을 대표하는 화가이자 실경산수화의 대가 오용길 화백(77)의 개인전이 서울 강남구 청작화랑에서 10일까지 열린다.
전시에서는 안성의 청보리밭과 유채꽃밭 등 풍경화를 비롯해 경북 안동의 군자마을과 병산서원, 청암정, 경북 예천 도정서원 등을 그린 실경산수화 25점이 내걸렸다.
그의 작품에선 따뜻하면서도 소박하고 친근한 멋이 느껴진다.
오 화백은 여행에서 마음으로 담아온 풍경을 화선지에 고스란히 그려냈다. 안동 군자마을을 그려낸 작품에선 여든을 바라보는 그가 가슴에 품은 마을의 아름다운 정취가, 병산서원에선 주변의 친숙한 민가가 옮겨졌다. 명승지 보다는 그 주변의 평범한 곳, 사람이 머무는 곳에 시선이 가는 화백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세밀하게 표현된 기와집은 어린 시절 뛰놀았던 골목 같은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제각각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마치 옆에 있는 듯 말을 건네고 싶게 한다.
작품은 풍경화 같지만 화선지 위에 먹으로 그린 전통 수묵화다. 먹으로 그리지만 채색은 수채화물감을 사용한 오용길 화백만의 수묵채색화다. 그래서 풍경보다 더 실제같은 풍경이 작품으로 탄생했다.
김상철 미술평론가는 “이전 작업들이 전해주던 박진하는 현장감과 엄격한 짜임새 대신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소박하다. 더불어 맑고 투명한 색채 감각은 채도를 높이고 담묵을 통한 탁함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면서 “특유의 명징한 색채가 발휘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담묵에 있다”고 평했다.
오 화백은 전통적 수묵산수만을 고집하던 화단에 ‘현대적 표현 형식’을 담은 수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27세인 1973년 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은 이후 월전미술상, 선미술상, 의재 허백련 예술상, 이당미술상 등 동양화가에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을 휩쓸어 왔다. ‘21세기판 겸재’, 실경산수의 거장이라는 평을 받으며 한국 화단을 이끌고 있다.
오는 23일부터는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화백이 태어나고 자란 안양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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