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중국인 '에루샤 쇼핑'...이젠 파리 아니라 본토서 돈 푼다

조아름 2023. 5. 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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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함께 급감했던 중국인의 사치품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 앞 장사진을 치며 고가품을 쓸어 담았던, 그러나 어느새 자취를 감춘 중국인 쇼핑객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얘기다.

눈에 띄는 대목은 팬데믹 이전 중국의 높은 소비세를 피하고자 유럽과 홍콩 등에서 사치품을 구매했던 중국인 쇼핑객들이 더 이상 해외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인의 전체 사치품 소비 중 62%가 국경 안에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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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개에 명품 소비 재시동 건 중국 소비자
비싸진 해외여행 대신 자국 쇼핑으로 눈 돌려
"럭셔리 소비층, 2030년까지 5억 명 달할 것"
지난달 11일 중국 베이징의 한 쇼핑몰을 쇼핑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 베이징=EPA 연합뉴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함께 급감했던 중국인의 사치품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 앞 장사진을 치며 고가품을 쓸어 담았던, 그러나 어느새 자취를 감춘 중국인 쇼핑객들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 정부의 국경 봉쇄·해외여행 제한 조치로 억눌려 있던 소비 욕구가 최근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본격화로 폭발한 영향이다.

특히 쇼핑의 무대가 바뀌었다. 과거 유럽을 활보하던 '큰손'들은 이제 "관광 대신 명품에 집중한다"며 중국 본토에서 지갑을 열고 있다. 중국발 수요 증가로 실적이 뛰기 시작한 글로벌 명품 기업들도 대륙 투자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인 '쇼퍼(shopper)'들의 사치품 사랑이 다시 불붙고 있다. 코로나발(發) 국경 폐쇄로 미뤄온 소비가 최근 리오프닝으로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 등 최고급 브랜드 제품들은 이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NYT는 "1년 전만 해도 상하이의 고급 쇼핑몰은 텅 비어 있었으나, 최근 들어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판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루이뷔통, 크리스찬디올 등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중국발 수요 회복에 힘입어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7.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LVMH는 이 덕에 유럽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일본 제외) 매출이 지난해 대비 23% 증가한 에르메스도 중국 효과를 톡톡히 봤다.

눈에 띄는 대목은 팬데믹 이전 중국의 높은 소비세를 피하고자 유럽과 홍콩 등에서 사치품을 구매했던 중국인 쇼핑객들이 더 이상 해외를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공료 등 전방위적 물가 상승분 등을 감안할 때 큰 이점이 없는 탓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에서도 다양한 브랜드를 접할 수 있고, 전 세계적으로 가격도 크게 올라 중국 쇼핑객들의 해외 여행 수요가 줄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인의 전체 사치품 소비 중 62%가 국경 안에서 이뤄졌다. 2019년 4월(41%)과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프루던스 라이 선임분석가는 "중국 소비자에 의존해 온 아시아의 소매 시장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갑부층이 주도하는 명품 소비가 중산층까지 확대될 것으로 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의 명품 부문 수석 파트너인 클라우디아 다르피조는 "2030년까지 중국 본토의 중산층 및 고소득 소비 인구가 현재의 두 배 수준인 5억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고가 브랜드 업체들도 중국 본토 투자를 늘리려는 분위기다. LVMH만 해도 최근 일부 브랜드의 지역 본사를 상하이와 선전 등 중국 대도시로 이전하는 등 '중국 소비자 모시기'에 착수했다. 프랑스 데이터 기업 '럭셔리앤사이트'의 조너선 시보니 최고경영자는 "이제 중국인들은 비를 맞으며 프랑스 파리의 명품관 앞에서 3시간 동안 줄을 서려고 하지 않는다"며 "더 나은 쇼핑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지역 판매원과 연결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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