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무원도 숙직 선다…'양성통합 당직제도' 확산

이지현 기자 2023. 5. 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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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이번 달부터 '양성통합 당직제도'를 시작했습니다.

도청에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도 남성과 똑같이 야간에 숙직을 서는 겁니다.

세종시 역시 이번 달부터 여성 직원도 똑같이 당직 근무를 하기로 했습니다.

당직 근무는 평일을 제외한 주말·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일직'과, 매일 오후 6시~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을 새워 근무하는 '숙직'으로 나뉩니다. 공직사회에선 관행적으로 일직은 여성 공무원이, 숙직은 남성 공무원이 해왔습니다.

지난 몇 년 사이, 관행을 깨고 남녀가 똑같이 당직 근무를 서는 양성통합 당직제도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30년 전부터 이야기 나왔지만 도입은 더뎌

'필요할 경우 여성 공무원들에게 시간외근무, 휴일근무, 숙직을 포함한 당직근무를 시킬 수 있다.'

1992년 내무부가 각 시·도에 전달한 내용입니다. 여성 공무원 수가 늘어나자 당직 근무 등에서 남녀차별을 없애도록 지시한 것이었습니다.

여성도 똑같이 숙직근무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꽤 오래전부터 나온 셈입니다.

하지만 도입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고용과 승진, 업무 범위에 있어 남녀 사이에 차별이 많았는데 당직 근무만 평등하게 하는 건 부당하다는 반발이 나왔기 때문이죠.

양성통합 당직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10년도 더 지난 2004년이었습니다. 경기도 과천시가 여성 직원들도 숙직근무에 포함하는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서울에서는 2007년 강북구가 처음으로 여성 직원의 숙직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다만 이땐 희망하는 여성 직원에 한해서만 숙직 근무에 투입했었습니다.

서울시는 2019년에서야 양성통합 당직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임신·출산자, 만 5세 이하 양육자, 한부모 가정 등에 해당하는 직원만 제외하고 모든 시청 직원들은 똑같이 당직 근무를 서게 한 겁니다.

이후 서울 내 각 자치구는 물론 다른 지역들도 양성통합 당직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라는 것이 빠르게 바뀌는 게 아니다 보니 (제도 도입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또 여성들도 충분히 당직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인식과 공감대가 퍼지는 게 중요한데 그것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청사 전경 〈사진=연합뉴스〉

■ 차별 없는 당직 근무에 '공감대'…여건 마련은 과제

지난 2018년 서울시는 여성 직원들의 숙직에 대한 내부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응답자의 63%(남성 66%·여성 53%)가 찬성 의견을 냈습니다.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 A 씨는 “남녀 구분하지 않고 똑같이 업무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한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남성 공무원 이모 씨(37)도 “이전에는 남자 직원들이 1달 반~2달 주기로 숙직을 했어야 했다”며 “이제 그 주기가 길어져서 전보다는 좋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성 직원들의 숙직 시설 마련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경기도의 경우 청사 내부 장소가 좁아 여성 숙직실을 둘 마땅한 공간이 없어 양성통합 당직제도를 보류한 상태입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구성원들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당직 근무를 해야 한다는 판단과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기관에선 이를 제대로 이행해야 하는데 그게 좀 더딘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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