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노동자들 아픔 함께 나눠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교회…지난 주일 '노동주일' 예배
비정규직 등 노동자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
도시빈민운동활동가 황푸하 목사 부임 이후 노동사역 활발
최근 을지OB베어, 노량진수산시장 투쟁 현장서 예배로 함께 해
목회, 노동으로 인정… 목회 협약서 체결 등 근로계약 시스템 도입
[편집자 주]
각 지역 교회의 선한 사역을 소개하는 우리동네, 우리교회.
75번째 순서로 노동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해 함께 울고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예배하는 등 노동자 사역을 하고 있는 서울시 마포구 새민족교회를 만나본다.
서울시 마포구 망원동 한 주택가.
생명과 평화를 일구는 교회, 새민족교회.
새민족교회는 지난주일 노동주일 예배로 드렸다.
근로자의 날, 바로 전 주일을 노동주일로 지키는 것은 새민족교회가 갖고 있는 가치관이기도 하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시대에 응답하는 교회라고 소개를 하면 적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시대의 교회가 그 시대에 맞게 변화에 따라서 응답해야 하는 언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것들에 대해 지금 집중해서 해보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등 노동자의 신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과 함께 울고 웃는 새민족교회.
새민족교회가 노동자사역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는 것은 남다른 이유가 있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새민족교회는 한 37년 된 교회인데요. 처음부터 이 교인분들이 그 당시 80년대 민주화 운동 하셨던 분들이 함께 세운 교회입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사실 사회의 여러 아픔의 현장들, 여러 공간에 가서 연대하고 거기서 이제 그리스도인으로서 또 실천하려고 하셨던 그런 교회라고 저는 알고 있고…"
그런데다 도시빈민운동 활동가인 황푸하목사가 부임하면서 노동자사역은 더욱 활발해졌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저는 사실 이 교회에 부임하기 전에는 철거 현장이라고 하죠. 도시 빈민운동이라고 하는 도시에서 쫓겨나는 세입자분들이나 또 주택·주거 쫓겨나는 분들과 함께 이 문제에 대해서 같이 연대하고 예배를 하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사역이 자연스럽게 새민족교회 안에서도 같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LG트윈타워청소노동자들의 투쟁 현장을 비롯해 최근에는 서울시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쫓겨나는 을지OB베어, 노량진수산시장 투쟁현장 등에서 예배로 함께 하고 있다.
노동자들을 위한 사역은 온 성도가 힘을 모아 진행되고 있다.
성도들은 지역 주민보다는 곳곳에서 모여 뜻을 같이 하는 다양한 사람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아무래도 새민족교회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신앙과 가치관이, 세계관이 조금 뚜렷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에 함께 참여하고 싶은 분들, 혹은 이런 신앙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십니다. 그러다보니까 지역 중심이라기보다는 각 지에서 오시거든요. 주부도 계시고, 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분들도 계시고, 학생도 있고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지난해 성탄절, 친구의 소개로 새민족교회에 처음 나와 등록교인이 된 김수정 청년.
김수정 청년은 사회와 함께 하고 있는 새민족교회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김수정/새민족교회 청년]
"어떤 교회를 들어갔지만 그 교회에 갔을 때 제가 가진 어떤 불편함이 계속 있었어요. 그게 무엇이었냐면 예를 들면 이태원 참사가 터졌을 때 그 주일이지만 이태원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누군가 그걸 물어본다면 무언가 쉬쉬하는 분위기라든지, 근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좀 마음의 불편함이 계속 누적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한국기독교의 특성상 이런 이야기를 하는 교회는 당연히 없을 거라 생각을 했어요. 그러던 중에 친구를 통해서 새민족교회에 왔는데 예수그리스도라는 어떤 이름과 내가 가진 사회에 대한 따뜻한 어떤 시선, 또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비판적인 어떤 의식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이 교회안에서 하나로 뭉쳐 질 수 있고,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으면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걸 보면서 이런 공동체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등록한지 얼마 안됐는데 굉장히 은혜를 받으면서 잘 다니고 있습니다."
사회의 어두운 곳을 찾아 우는 자들과 함께 우는 새민족교회는 노동주일을 맞아 노동현장의 증언을 듣는 시간도 마련했다.
지난 2018년 12월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 사고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이사장은 증언에서 사람을 살리는 일에 교회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미숙/김용균재단 이사장]
"제가 지금까지 보아 온 바로는 모든 산업재해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고 나라와 경영 책임자들이 안전관련 예산을 안 짜고 현장을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재래식 사고가 그동안 많이 발생해서 죽음들이 그만큼 많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교회가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고자 노력을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와 관련해 황푸하목사는 성도들에게 고난 속으로 부르는 목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고 말했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였던 김용균님이 숨진 뒤 어머니 김미숙님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노동자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김용균 재단을 만들었습니다. 그때 어머니는 누군가 한 사람을 기리기 위해 재단을 만든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모든 이들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투쟁의 원동력은 아들이었다고 했습니다. 용균이가 밥도 안 먹고 울기만 하는 엄마의 삶을 원할까? 어머니는 부모로서 용균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서 노력한다고 하셨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동지 여러분, 우리도 어머니와 같이 다른 이들의 이 고난 속으로 우리를 부르시는 목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새민족교회는 교회안에서도 목회 협약서를 체결하고 매년 연봉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황푸하목사 부임부터 근로계약 시스템을 도입했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저는 목사로서 목회가 굉장히 중요한 노동이고 교회가 목회를 노동으로 인식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수많은 목사님들이 휴가도 못 가고 교회에서 노동을 하면서도 노동이라고 인정을 못 받는 경우들이 참 많이 있었거든요. 저는 목회자 집 안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옆에서 그런 모습들을 볼 때 늘 안타까웠던 것은 가정보다 목회가 우선시되고 교회 일이 우선시되는 그런 일들을 보면서 아, 이게 균형이 잘 맞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건강한 목회, 더 건강한 교회를 만들려면 교회 안에서의 목회자의 목회에 대한 노동에 대한 어떤 인식들, 더 안전한 안전망 이런 것들이 구축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저희 교회에 부임할 때 근로계약서를 체결해 달라고 부탁을 해서 휴가, 휴식 시간을 보장받고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요구하고 들어왔습니다. 저희 성도들도 참 감사하게 받아주셔서 그렇게 하고 있는데 참 좋습니다."
[김종원/새민족교회 장로]
"목회자의 목회적 삶은 물론 교회 공동체가 하나님께 약속하고 이렇게 목회자의 삶을 보장하고 그렇게 하겠지만 그것이 실제로 나타날 때는 하나의 목회도 노동이라는 삶을 살고 있는데 목회다라는 것 때문에 보통 교회 보면 새벽 기도 가야죠, 금요일 철하기도 해야죠, 너무 노동 시간이 많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목회자도 일반 근로기준법과 같은 그런 적용을 받을 필요가 있겠다. 그래야 그게 목회적 삶이 안정적이고 건강한 몸을 가지면서 길게 갈 수 있겠다. 그렇게 해서 매년 연봉을 책정하는 거를, 근로계약서를 매년 체결을 하고 있는 거죠. 휴가도 직장에서 연차휴가를 주는 것처럼 똑 같이 정하고 휴게시간, 휴일 등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목회를 노동으로 인정하는 등 한국교회의 노동현실에 변화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킨 새민족교회.
황푸하 목사는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황푸하/새민족교회 담임목사]
"사실 노동이라는 것은 저는 굉장히 목사로서 하나님의 거룩한 창조의 행위를 닮아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일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저는 사실 모두가 행복하게 내 일을 자부하면서 그런 걸 느끼면서 일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소외된 자들과 함께 옆에서 같이 연대하고 찬양하고 같이 예배하면서 그런 신앙의 길을 걸어가고 싶습니다."
[영상기자/정선택, 영상편집/이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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