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공사비 인상 갈등…"더는 못 올려줘" vs "그래도 적자"

유오상/이인혁 2023. 5. 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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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가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공사비 갈등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 조합과 건설사는 공사비 문제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면 조합과 건설사 모두 빚잔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치솟은 공사비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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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호평·평내 진주 재건축
공사비 56% 치솟았지만
금융비용 갈등 겹쳐 사업 중단
양주 삼숭, 시공사 교체 추진
2~3년 뒤 공급 부족 우려
원자재값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건설사와 공사비 갈등을 겪는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건설사와 공사비 증액을 협의 중인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신반포4주택재건축) 공사 현장. 임대철 기자


전국 곳곳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가 지난해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공사비 갈등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원자재값과 금융 비용이 조합과 시공사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 범위를 넘어서고 있어서다. 건설사는 공사를 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어서 시공계약 포기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내 들고 있다. 조합 역시 공사비 인상 요구를 감당하기 힘들어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등 양쪽의 대치가 주택 시장의 또 다른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 공사비 갈등에 현장마다 아우성

업계에 따르면 경기 남양주시 호평·평내역 인근 진주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은 조합과 건설사의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하며 이르면 이달 경매 위기에 놓였다. 2018년 이주를 마쳤지만, 당시 3.3㎡당 378만원이었던 공사비가 계속 오른 게 화근이 됐다. 조합은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며 시공사 교체를 시도했다. 기존에 받은 710억원 규모의 브리지론 대출이 문제가 돼 시공사 교체가 무산됐다. 그사이 공사비는 3.3㎡당 589만원으로 치솟았다. 금융 비용마저 불어나 건설사는 조합원이 직접 대출받아 사업비를 마련하라며 브리지론 대출 이자 지급을 중단했다.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주단은 경매 선언을 앞두고 있다.

공사비 갈등으로 건설사 교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양주 삼숭지역주택조합은 기존 건설사의 공사비가 27.8% 오르자 최근 시공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여섯 개 건설사가 입찰 의향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기존 건설사와의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을 지불하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은 시공단이 공사비를 49% 인상해달라고 요구하자 계약 해지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했다. 조합원 1인당 추가 분담금이 2억원에 달해 공사를 하더라도 손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도 공사비 파열음이 지속되고 있다. 서초구 신동아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2017년 3.3㎡당 474만원에 도급 계약을 맺었다. 최근 건설사가 78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해 난감한 상황이다.

○ 평행선 달리는 조합과 건설사

최근 원자재값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지만 2년 전과 비교하면 건설사가 감내할 수준을 넘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50.93으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2월 대비 27.58% 상승했다. 2021년 t당 67만원에 그쳤던 건축용 고장력 철근은 지난달 기준으로 97만원에 달했다. 2년 사이 44.78% 오른 것이다.

상당수 조합과 건설사는 공사비 문제에 대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합은 공사비 인상을 반영하면 당초보다 사업성이 크게 악화해 조합원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지금도 공사할수록 손해만 쌓인다”는 반응이다.

공사비 갈등이 장기화할수록 주택 공급이 지연되고 2~3년 뒤 입주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일부 건설사가 “(조합 대출) 이자 대납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혀 사업 좌초 가능성은 더 커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 갈등이 계속되면 조합과 건설사 모두 빚잔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치솟은 공사비를 해결할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문제”라고 우려했다.

유오상/이인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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