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김현아는?" "박순자는?" "태영호는?"…되묻고 되치는 이재명 답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방식 중에 새로운 패턴이 하나 생겼는데요, 질문에 답하지 않고 국민의힘이 아파할 만한 사안을 오히려 기자들에게 묻는 방식입니다. '돈봉투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라고 되물으면서 되치기까지 하는 식이죠. 답변 방식을 놓고 당내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윤관석·이성만 질문에 "태영호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났는데요, 윤관석(3선·인천 남동을)·이성만(초선·인천 부평갑) 의원이 탈당을 발표한 뒤여서 기자들이 이와 관련한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본인들이 결단을 했다"는 답변을 반복했습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윤·이 의원은) 무조건 탈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에서 따로 제안한 게 있나'는 질문이 나왔는데요, 이 대표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가나? 명백한 범죄 행위로 보여지던데"라면서 질문과 관련 없는 내용을 되물었습니다. 의도적인 동문서답으로 국민의힘 문제를 공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되물으면서 되치는 화법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어 '검찰 수사 후 탈당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는 질문에 “태영호 사건을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요? 원래 의무적 수사사항이라고 하던데”라고 답했습니다. 역시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록 문제를 되묻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겁니다.
이 대표가 꺼내든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 문제'는 지난 1일 MBC 보도로 불거진 이슈입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며 한일 관계에 대한 옹호 발언을 할 것을 요청했다는 게 MBC 보도의 주요 내용입니다. 보도 이후 파장이 확산하는 중이죠.
민주당에서는 '대통령실의 정치개입'이라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데요, 이재명 대표의 답변도 같은 취지로 보입니다. 즉, 이 대표는 공무원의 중립의무 위반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9조2항 '검사 또는 경찰공무원은 이 법의 규정에 위반한 행위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신속·공정하게 단속·수사를 해야 한다'는 조항을 염두에 두고 말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에서는 태 최고위원 녹취록 의혹을 계속 키우고 있는데요, 서영교 최고위원은 공천 개입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서 최고위원은 특히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한 게)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중앙지검 3차장이었다"며 철저한 수사를 압박했습니다.
▷ 기자: 윤관석·이성만 의원 자진 탈당했는데 대표님이 직접 설득하신 게 맞을까요?
▶ 이재명 대표: 본인이 결단을 하신 겁니다.
▷ 기자: 결단에 감사하다고 하셨다는데 맞나요?
▶ 이재명 대표: 본인들이 당을 위해서 결단하신 거니까, 그렇게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기자: '(윤·이 의원은) 무조건 탈당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는데 당에서 따로 제안한 게 있나요?
▶ 이재명 대표: 우리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 갑니까? 명백한 범죄행위로 보여지던데.
▷ 기자: 검찰 수사가 진행된 다음에 탈당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 이재명 대표: 태영호 사건을 검찰이 수사를 한다고 해요? 원래 의무적 수사 사항이라고 하던데. 고맙습니다.
반복되는 '되묻고 되치기' 답변
이때 이 대표의 질문은 대안언론 '뉴스타파' 보도와 관련 있는데요, '뉴스타파'는 김현아 전 의원이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또한 '돈봉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김현아는?"으로 답변한 다음 날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송 전 대표의 출국금지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때도 되묻고 되치는 답변을 내놨는데요, 김현아 전 의원 대신 박순자 전 의원으로 바뀌었습니다.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 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 보다”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반문에 대한 국민의힘 반응은?
우선 이 대표가 "김현아는?"이라고 답변한 이후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김현아 전 의원에 대한 당무 조사에 나섰습니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 실시는 총선을 1년 정도 앞두고 당내 비리 의혹을 털어버리고, 민주당과 달리 비리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차별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을 겨냥하는 의미도 있는 거죠.
이 대표가 언급한 또 다른 전직 의원인 박순자 전 의원은 이미 지난해 12월 말 강제 탈당 조치됐다고 합니다. 이미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라는 거죠.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히려 역공을 펴기도 했는데요, 지난 달 27일 "(김현아 전 의원) 비리 의혹에 대해서 진상 조사를 하도록 당무감사위에 요청할 예정입니다. 박순자 전 의원은 이미 강제탈당 조치가 됐습니다. 이제 다시 묻겠습니다. 이재명은?"이라고 쏘아붙였습니다.
김현아·박순자 전 의원이 '비리'로 공격 대상이 된 것과 달리 태영호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논란'으로 태 최고위원보다 대통령실이 공격 대상이 됐는데요, 파장이 커지다 보니 김기현 대표가 윤리위 카드를 꺼냈습니다.
김기현 대표가 중앙당 윤리위원회에 징계 절차가 개시된 기존의 다른 사건들과 병합해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합니다. 당 윤리위원회가 제주 4·3 관련 발언 등 각종 설화로 물의를 빚은 태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 개시를 의결한 상태인데요, 여기에 더해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 논란'과 '쪼개기 정치 후원금' 문제까지 살펴볼 것을 주문한 거죠.
이재명 대표의 되묻고 되치는 답변 가운데 국민의힘이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문제가 "태영호는?"으로 보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민표 D콘텐츠 제작위원minpy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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