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이어 '쪼개기 후원'…태영호 향한 당내 시선은?

백다혜 기자 2023. 5. 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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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진복 정무수석이 태영호 최고위원에게 '공천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일외교 옹호 발언을 요청했단' 녹취록이 공개돼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태 최고위원이 '쪼개기 후원금'을 대가로 지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냔 의혹도 제기됐는데요. 오늘(3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한편 민주당에선 '돈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자진탈당을 결정했죠. 관련 내용, 정치 인사이드에서 짚어봤습니다.

[기자]

< '녹취록·쪼개기 후원' 설상가상 태영호…"불순한 의도" >

[태영호/국민의힘 의원 (3월 9일 의원회관 사무실 / 출처 : 유튜브 'MBCNEWS') : 오늘 나 들어가자마자 정무수석이 나한테 '오늘 발언을 왜 그렇게 하냐. 민주당이 한일 관계 가지고 대통령 공격하는 거 최고위원회 쪽에서 한 마디 말하는 사람이 없냐. 그런 식으로 최고위원 하면 안돼!' 바로 이진복 수석이 이야기하는 거예요.]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이 당 최고위원인 태영호 의원에게 한일 관계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해달란 취지의 요청을 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죠. 정치권에서는 그 여파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데요.

문제의 녹취록에는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 없다'는 내용도 담겨있어 '당무 개입'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태영호/국민의힘 의원 (3월 9일 의원회관 사무실 / 출처 : 유튜브 'MBCNEWS') :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

야당의 반발은 물론이고 당내의 반발도 큰 상황인데요. 윤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부각시켜야할 상황에서 녹취록으로 찬물을 끼얹었다는 겁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최근 각종 설화로 몸살을 앓아왔죠. 이에 더해 사랑제일교회 목사, 전광훈씨에 대한 꼬리표를 떼려는 노력도 이어왔는데요. 전씨가 대통령실까지 물고 늘어지며 그 노력이 무색했던 바 있습니다.

[전광훈/사랑제일교회 목사 (유튜브 '너알아TV' / 지난달 25일) : 오늘 아침에 일찍이 청와대 대통령실로부터 제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대통령께서 미국을 가십니다. 목사님 반드시 저 민노총 세력을 막아주세요. 노동절날 저 반국가행위를 목사님 외에는 막을 사람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빛내야 할 시기. 전씨의 주장과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대통령실도 곤혹스러운 상황인데요. 일단 태영호 최고위원과 대통령실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습니다.

[이진복/대통령실 정무수석 (어제) : 일본 문제라든지 공천 문제라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공천 이야기는 이야기도 안 했고 일본도 마찬가지죠. 뭐 그거는 뭐 최고위원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잖아요. 제가 거기 나오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자기들끼리 한 이야기예요. 내가 있지도 않았고 내가 한 말도 아닌데 답을 하는 것은 좀 아닌 거 같아요.]

최근 국민의힘 당 윤리위는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를 개시한 상황이죠. 하지만 당내에선 두 사람에 대한 상반된 평가가 나왔습니다. 먼저 김 최고위원의 경우 잇따른 사과에도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당내에선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이전에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가 나올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태 최고위원은 논란이 된 부분이 '역사관'과 관련이 있었고, 해당 발언을 비판할 경우 되려 당원들로부터 반발을 살 수 있다고 본 것 같은데요. 이렇게 태 최고위원에 대해선 경징계가 예측됐던 상황에서 '녹취록'이라는 변수가 생긴 겁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쪼개기 후원 의혹'까지 불거지며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그 대상이 최고위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누구든 간에 문제가 불거지고 의혹의 실체가 있으면 당무감사나 윤리위 감사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국민의힘 내부에 아무도 없다…]

결국 당은 태 최고위원과 관련한 논란들을 윤리위원회에서 병합해서 판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앞서 당내에서는 '녹취록 논란'이 과연 징계대상인지, 그렇다면 그 징계수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본인이 대통령실과 더 가깝지만 공천이나 부탁을 들어본 적도 없다'며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 논란에 선을 그었는데요. 다만 '국민의 오해나 우려를 야기한 부분에 대해 태 최고위원이 무거운 정치적 책임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예찬/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MBC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 어제) : 전적으로 독립적 기구인 윤리위의 소관이라 제가 말하는 게 부적절하지만 저를 포함한 최고위원 누구든 일벌백계 읍참마속의 기조로 윤리위가 굉장히 엄하게 다뤄야 한다…]

반면 '본인들이 해명했는데 왜 의혹의 눈초리로 보느냐' 이런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김성태/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의장 (YTN '신율의 정면승부' / 어제) : 당사자가 해명을 하는데 이걸 어떻게 의혹의 눈초리로 볼 수가 있겠습니까? 박근혜 대통령 때 보지 않았습니까? 당시 정무 라인들이 공천에 개입했던 것들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형을 살았잖아요. 우리 당이 그걸 잘 알고 있는데 용산의 정무수석이 섣부르게, 태영호 최고위원 스피커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그런 부탁을 할 수 있겠어요?]

당내에선 두 사람의 해명을 믿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대표는,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했는데요. '국민들은 '공천 개입'이라 생각할 거'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에 사실상 개입했던 곳에서 그러면 공천에 개입 안 하겠느냐라는 생각을 당연히 국민들은 하고 있는 거거든요. 전당대회에 대해가지고는 직접 발언으로까지 개입하셨던 분이 공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 한다고 하면 한번 두고 봐야겠지만 그러면 지금까지 왜 이런 일을 벌인 건가요?]

이 전 대표는 태 최고위원의 잇단 논란으로 인한 파장이 김기현 대표에게 '딜레마'가 될 거란 경고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준석/전 국민의힘 대표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사실 용산에서는 계속 지지율 하락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당 탓을 하려고 할 겁니다. '당에서 지금 난장판이 나서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묻혀지지 않느냐' 이런 논리를 펼 거예요. 그럼 김기현 대표는 굉장히 특이한 위치에 끼게 되는 거예요. 당의 대표로서 당의 의견을 지켜내고 당의 의견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냐, 아니면 '맞습니다. 우리가 잘못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로 갈지, 딜레마가 올 거고…]

김기현 대표는 오늘 윤리위에 직접 '녹취록 논란'을 윤리위에 병합 판단해달라고 요청했죠. 어떤 정치적 판단에서 내린 결정인진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부에서는 '녹취록'의 '유출자가 누구냐'로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용태/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지금 얘기를 들어보면 아마 지금 굉장히 어수선한 상태인 것 같고, 왜냐하면 서로 지금 의심하는 상황 보좌진을 특정하지 못하고 그래서 마피아 게임을 하는 것 같다라고 표현을 하던데 그 보좌진들 사이에서. 그리고 3월 9일 이후로 퇴직한 보좌진이 계세요. 근데 이분이 계속 의심을 받기도 하고 또 다른 분이 의심을 받기도 하니까 오히려 다른 보좌진들께서 더 피해를 받는 상황이다. 지금 굉장히 서로가 곤란한 상황이다라고 하더라고요.]

'마피아게임'이 벌어진 이유, 당내에선 '녹취 행위'가 더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유상범/국민의힘 수석대변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그 녹취가 1:1 대화는 지금 법적으로 처벌을 안 합니다. 그러니까 저랑 최 기자님이랑 하면 처벌을 못 하지만 제3자에 대한 불법 녹취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에 있었으면 괜찮지 않습니까?} 아니죠, 그거는. 둘의 대화가 아니고 9명의 대화가 있었으니까, 이거는 법적으로 논란이 발생할 수 있겠다, 그 녹취 행위 자체가.]

국민의힘 내에서도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하고 있는데요. 공천 개입으로 처벌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언급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파편만 듣고 사실이다, 아니다, 이렇게 확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까 또 사실이라면 심각한 불법행위고. 그렇기 때문에 이거는 수사가 필요하다. 그래서 밝혀야 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당 차원에서 뭐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고발하거나 이런…} 법률 검토가 필요하니까 약간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지금 검토 중입니다.]

법적 대응을 예고한 건데요. 당분간 태영호 최고위원의 녹취록 논란을 둘러싸고 정치적 파장은 계속될 걸로 보입니다.

[권칠승/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하여간 했다면 심각한 상황입니다. 심각한 상황이죠. 예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 개입 건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잖아요. 그때 수사하신 분이 누구인지 혹시 아닙니까? {중앙지검장. 알고 있습니다.}]

<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자진 탈당…이재명의 동문서답? >

국민의힘에 이어 민주당에 드리운 먹구름은,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입니다. 그 핵심당사자로 꼽히는 윤관석, 이성만 의원이 결국 자진 탈당을 결정했습니다. 돈봉투 연루 의혹이 제기된 지 약 3주 만입니다.

[윤관석/더불어민주당 의원 : 저는 오늘부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민주당을 탈당하기로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성만/더불어민주당 의원 : 결국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에 하나는 결국은 검찰의 정치공세도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따라서 선당후사의 정신을 가지고 윤관석 의원과 함께 탈당을 하고 법적 투쟁으로서 진실을 밝혀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우리 국민 여러분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선당후사'를 언급한 두 사람. 다만 '검찰의 정치공세'임을 강조했는데요. 당을 떠나서도 법적 투쟁에 매진할 거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당내에선 여전히 '돈봉투 의혹'을 두고 '검찰의 기획수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안민석 의원도 검찰의 '먼지털이식 수사', '국면전환용 폭탄'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다른 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꼭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검찰은 지금 이렇게 별건수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런 꼬꼬무 수사라고 그러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사. 상당히 과한 거고요. 검찰은 의도했고, 그리고 국면전환용으로 이 폭탄을 던졌을 거라는 건 맞아요. 그러나 돈봉투 사건의 본질은 저는 기획수사, 그쪽이 아니라 저희 민주당의 도덕적 해이가 본질이라고 봅니다.]

두 사람은 오늘 오전 민주당의 비공개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당 지도부와 면담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기자들을 만나 탈당 의사를 밝혔는데요. 이미 당 지도부가 이들에게 '자진 사퇴'를 권유할거란 보도는 나온 바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어제 윤관석 의원과의 식사자리에서, 설득에 나섰다는 보도도 나왔는데요. 하지만 이 대표,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본인들의 결단'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대표님, 윤관석·이성만 의원 자진 탈당했는데 대표님이 직접 설득하신 게 맞을까요?} 본인들이 결단하신 겁니다. {결단에 감사하다는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하던데 맞나요?} 본인들이 당을 위해서 결단하신 거니까 그렇게 판단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대표의 답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는데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탈당 관련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있으셨는데} {당에서 따로 제안을 하신 게 있으신가요?} 우리 태영호 의원의 녹취 문제는 어떻게 돼갑니까? 명백한 범죄 행위로 보이던데. {지금 검찰 수사가 진행된 다음에 탈당을 해야 된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태영호 사건을 검찰 수사를 한다고요? 원래 의무적 수사 사항이라고 하던데. 네, 고맙습니다.]

돈봉투 의혹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국민의힘 의혹으로 반문하는 이 대표의 화법.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4일) : {혹시 윤관석, 이성만 의원도 출당 내지 탈당 조치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현아 의원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몰라요?]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달 25일) : {송 전 대표가 출국금지 조치 됐는데 여기에 대해선 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박순자 의원 수사는 어떻게 되어갑니까? 관심이 없으신가 보군요.]

한편 민주당은 오늘 박광온 원내대표 선출 이후 처음으로 의원총회를 열었습니다. 박 원내대표가 강조해 온 '쇄신 의총'을 위한 디딤돌이 될 자리라고 하는데요. 이 자리에서 논의될 여러 '당 쇄신' 방안이 실질적인 이행으로 이어질지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오늘 열린 당 최고위 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질타'를, 박 원내대표는 정치 공세가 아닌 '당 쇄신'을 강조하면서 대조적 모습을 보였는데요. 오늘 정치인사이드, 박광온 원내대표가 취임힌 이후 처음으로 최고위원회에 앉은 자리에서, 서로 다른 기조를 보인 두 사람의 발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부는 참혹한 국정실패를 노동자 때리기로 눈가림하려는 얄팍한 속임수를 중단해야 합니다.]

[박광온/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쇄신 의총의 전 과정은 민주당의 집단지성을 통한 정말로 국민들이 바라는 쇄신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당의 근본적인 쇄신부터 정치 쇄신까지 폭넓게 논의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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