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전세포비아' 번지는데 특별법은 늑장심사

2023. 5. 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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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대로 '전세사기 특별법'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놓고 대립하는 쟁점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으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은 피해자 대상을 지나치게 좁힌다는 지적과 판단기준이 고무줄 같다는 논란을 낳았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은 선의의 피해자를 돕되 지원대상을 '사기'로 한정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하는 것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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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쟁점 놓고 대립만 거듭
역전세난 등 시장악화 우려
3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재개된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심사에서 김재정 위원장이 한 관계자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려했던 대로 '전세사기 특별법'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살 곳이 불안한 서민들의 피해는 갈수록 늘어가는데 국회는 법안 '쟁점'을 놓고 다투며 허송세월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특별법을 놓고 대립하는 쟁점은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과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으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요건은 피해자 대상을 지나치게 좁힌다는 지적과 판단기준이 고무줄 같다는 논란을 낳았다. 정부가 이를 감안, 피해자 인정요건 6가지 가운데 '보증금 상당액 미반환 우려' 등을 삭제해 4가지 요건으로 수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야당은 피해자 대상 폭이 여전히 좁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전세사기 특별법은 선의의 피해자를 돕되 지원대상을 '사기'로 한정하고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는 선에서 지원하는 것을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피해자를 인정하는 요건을 4가지로 완화한 방안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이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방안에도 몽니를 부려선 안 된다. 사정은 딱하다는 걸 알지만 국민이 낸 혈세로 만든 재정을 개인 간의 계약에 투입한다는 건 재정질서를 흩트리는 행위다.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가 길어지다 보니 전세시장은 혼돈에 빠졌다. 전세를 기피하는 '전세 포비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전세를 구하려던 세입자가 마음을 바꿔 월세 계약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 전세 수요가 줄어들자 집주인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다. 반면 갑자기 월세 수요가 늘어나면서 매월 주거비로 내는 시세는 올랐다.

전세 기피에 이어 또 하나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바로 역전세난이다. 역전세난은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져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처음 받았던 금액대로 돌려주기 어렵고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을 가리킨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한 것도 원인이지만, 전세공포증 탓에 전세 수요가 줄어든 점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다. 전국 아파트 전세거래에서 2년 전 가격보다 낮게 거래된 비중이 62%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 전세 가격이 고점이었던 2021~2022년 초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만료일이 다가오고 있어 역전세난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회가 심사에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이번 주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여야의 약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의원들이 포퓰리즘적인 선명성 논쟁을 벌이는 사이 전세시장의 왜곡은 더 심해지고 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만족시키는 완벽한 정책은 없다. 피해보상도 원칙과 법을 지켜야 한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합리적 타협점을 찾아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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