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23조 원’ 연휴에 펑펑 쓴 중국…한국 반도체는 “안 사”

홍석우 2023. 5. 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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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로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한 걸까요.

노동절 연휴를 맞은 중국에선 가는 곳마다 사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다는데요.

제주와 베이징 간 하늘길도 3년 만에 다시 열렸는데, 우리 관광업계도 더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글로벌 ET> 홍석우 기자와 함께합니다.

중국이 지금 연휴 기간인가요?

[기자]

네, 지난달 29일부터 오늘까지,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입니다.

영상 먼저 보실까요.

중국 항저우의 한 교차로인데, '인간 신호등'이 등장했습니다.

신호가 파란 불로 바뀌니 사람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횡단보도를 중심으로 늘어서죠,

하도 관광객이 많이 몰리다 보니까 안전 사고를 우려해 인파를 통제하고 있는 겁니다.

저 사람들은 경찰과 자원 봉사자들이라네요.

[앵커]

여기는 또 어딘가요,

사막 같은데, 저건 신호등 아닌가요?

[기자]

네, 심지어 '낙타 전용' 신호등도 등장했습니다.

사막 낙타 관광으로 유명한 중국 간쑤성의 둔황이라는 곳인데,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낙타 2천4백여 마리가 총동원됐다 하고요,

그래서 낙타들 간 정체를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중국의 대표 관광지죠,

황산의 한 공공 화장실에서는 관광객들이 밤을 새우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숙소를 구하지 못하거나 하산 시간을 놓친 경우였다고 합니다.

[앵커]

중국은 코로나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갔나 보네요?

[기자]

네, 이번 연휴가 시작되고 사흘 동안 유동 인구가 1억 6천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하루 평균 5천3백만 정도니까, 우리나라 인구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움직인 셈이죠.

연휴 전체 기간 여행객은 2억 4천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의 수치를 훨씬 넘어선 겁니다.

가장 북적이는 건 역시 공항과 기차역인데요,

연휴가 닷새나 되니까 장거리 여행을 갈 수 있죠,

그렇다 보니 항공기 탑승객은 지난해보다 무려 546%가 급증했고, 철도 이용객도 460% 급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인 여행객 : "하이난으로 가는 비행기가 6천 위안(115만 원)이 넘네요, (하지만)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싶었어요."]

중국인들 지갑도 활짝 열리고 있는데요,

연휴 첫날 요식업 매출만도 지난해 대비 60% 넘게 늘었고, 자동차와 의류, 화장품 매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한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이번 연휴에 터져 나온 것 같은데요,

이번 연휴 기간 관광 수입만도 우리 돈으로 23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러면 우리 관광업계에도 영향이 있을까요?

[기자]

그저께 베이징에서 온 관광객 120여 명이 제주에 도착했거든요.

코로나로 끊겼던 제주-베이징 간 하늘길이 3년 만에 열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전 수요를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재 상하이와 난징 등 4개 노선에서 매주 40편의 항공기가 제주와 중국을 오가고 있는데, 코로나 이전에 18개 노선이 있었던 것에 비하면 1/5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만 2천여 명으로 2019년의 1/10도 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중국 당국이 여전히 단체 관광을 막고 있는 데다가 최근에는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 전망이 더 불투명합니다.

[앵커]

그럼 당분간은 개별 관광객들만 온다는 얘기겠네요,

그리고 대중 수출도 급감했다면서요?

[기자]

네,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 규모, 1년 전보다 무려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32개 주요국 가운데서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는데요,

순위도 2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대중국 수출 규모 면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우리나라가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는 건데, 왜 그랬을까요?

[기자]

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역시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 부진이 꼽힙니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수요 감소와 제품의 단가 하락이 겹치면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3분기에 31.7% 줄었던 게 올해 1분기엔 더 나빠져서 무려 45% 가까이 급감했습니다.

중국의 리오프닝 즉, 경제 활동 재개에 따른 낙수 효과가 기대한 만큼 나타나지 않고 있는 데다, 중국의 경기 회복이 음식과 숙박 같은 내수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점 또한 원인으로 지목됐는데요,

이로써 올해 1분기 대중 무역수지는 79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역대 최대 폭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대중 수출 전망은 여전히 어둡겠네요?

[기자]

네, 우리 수출은 그나마 자동차가 버텨주고 있는데요,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62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수출액 중 2위에 올랐습니다.

그래프 보시면, 반도체와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히고 있는 거 보이시죠,

지금 같은 추세라면 자동차가 반도체를 제치고 수출액 품목 가운데 1위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부진으로 대중 수출이 전체적으로 뒷걸음친 가운데 자동차의 호황으로 대미 수출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대미 수출액은 약 92억 달러로, 대중 수출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면서 지난 2003년 이후 20년 동안 중국이 지켜온 우리나라의 수출 1위국 자리가 미국으로 곧 바뀔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우리 수출 구조에도 영향을 주는 가운데 반도체와 자동차, 그 어느 쪽도 포기할 수 없는 정부와 기업들은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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