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 논란' 태영호 "굴복 않겠다"…김기현 "윤리위 병합판단 요청"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3일 녹취록 유출과 관련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 전후로 본인 지역구 기초의원들에게 이른바 '쪼개기 후원'을 받았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태영호 죽이기'라 규정하고 "굴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태 최고위원에 대해 '녹취록 파문'에 이어 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 등까지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당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 기간에 제가 언급했던 4.3 관련 발언을 시작해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여러 역사적 평가와 관련한 발언이 있은 후 매일 사퇴하라는 정치적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며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국가의 중요한 기밀이나 정보를 다루는 국회에서 진행된 보좌진 내부 회의 내용을 불법 녹음하고 유출한 자는 수사를 통해 끝까지 색출할 것"이라며 "공무상 취득한 후원 정보가 아니고서야 알 수 없는 후원자 신원 자료까지 다 알고 명단까지 언론에 넘겼다는 것도 심각한 불법행위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또 태 최고위원은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며 "시·구의원들의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고 이들도 언론에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 밝혔다"고 말했다.
MBC는 지난 1일 녹취록을 인용해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들에게 "대통령의 한일관계 정책과 관련해 적극 옹호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이 수석한테 들었다. 이 수석이 최고위원 기간 마이크를 잘 활용하면 공천 문제는 신경 쓸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CBS노컷뉴스는 이날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로 본인 지역구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로부터 이른바 '쪼개기' 수법을 동원해 후원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김 대표는 4·3 사건 등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폄훼 논란 등으로 징계 개시가 결정된 태 최고위원에 대해 최근 '녹취록 파문'에 이어 지방선거 공천 뒷거래 의혹 등까지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당 윤리위에 요청했다.
국민의힘은 3일 강민국 수석대변인 명의의 알림 메시지를 통해 "현재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과 관련하여 확인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금일 김기현 당 대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JMS(Junk·Money·Sex 민주당' SNS(소셜미디어) 게시물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에 의해 촉발됐다는 발언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징계 절차에 회부된 상태다.
또 김 대표는 이날 무역협회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확한 사실 관계를 좀 더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태 최고위원이)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과장해 표현한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켜 상당한 부담을 당에 주게 됐다는 점에 대해서 평가를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때인 지난 2월13일 제주에서 "4.3사건은 김일성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이라고 말해 유족들의 반발을 샀다. 또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18일 공개된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이) 김일성의 통일전선 전략에 당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또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돈 봉투 의혹'을 비판하는 취지로 '쓰레기(Junk) 돈(Money) 성(Sex) 민주당. 역시 JMS 민주당'이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삭제해 빈축을 샀다.
김 대표의 경고에 대해 반발해 비판받기도 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전당대회는 여론조사 3%라는 꼴찌로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태 최고위원의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김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한다.
이에 대해 당내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과거사 관련 발언의 경우 신념의 영역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으나 지속된 태 최고위원의 행보가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과거사 문제는 (녹취 논란 등과) 질적으로 다른 문제로, 그건 신념과 관련된 것이다"라면서도 "보좌진 문제 등은 자기관리, 자기 팀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도 "(태 최고위원이) 정책역량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벌써부터 공천 생각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번만큼은 확실한 징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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