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24th JIFF, 독립영화계의 장터 되길" [ST현장 인터뷰]
[덕진구(전북)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독립영화의 가치를 강조했다.
3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스포츠투데이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The 24th JEONJU International Film Festival, 이하 24th JIFF)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리는 늘 선을 넘지'라는 슬로건 아래 동시대 영화 예술의 대안적 흐름, 독립, 예술영화의 최전선에 놓인 작품들을 소개하는 부분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영화제다. 지난달 27일 개막해 이달 6일까지 열린다.
이날 영화제의 반환점을 지난 시점에 만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찾아와주 셨다. 코로나19가 오기 전 기준으로 말씀드리자면 정상적으로 개최됐던 해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와주셨다. 그때 대비 출품작도 많다. 상당히 잘 진행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올해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건 개막작에 독립 영화계 거장 다르덴 형제 감독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첫 내한이었다. '토리와 로키타' 관객과의 대화도 진행하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불법 이민자들과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가 강렬하고 마음에 와닿는 작품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만으로도 좋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앞서 정준호는 안면조차 없던 우범기 전주시장으로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직을 제안받았다. 다만 바쁜 일정 탓 제안을 거절했던 정준호는 전주 시민들을 비롯한 대중과 함께 시너지를 낼 핵심적인 역할을 본인이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삼고초려 끝 제안을 수락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제가 그동안 상업영화 쪽으로 앞만 보고 인생을 걸어왔다. 이제 와서 갑자기 독립영화의 대표 영화제인 전주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직을 맡는다고 했을 때, 일부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 역지사지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 부분도 포용하고, 열정과 노력으로 그 부분을 해소해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이 집중한 부분은 기업의 후원이다.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으로 독립영화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들의 후원을 모집했다.
이에 대해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기업과 영화제가 통할 수 있는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기업도 문화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기업에서 적은 돈이라도 저예산 독립영화에 투자해서, 그 영화가 커나가는 과정과 기업적 메시지 등을 공유하면서 '영화제'라는 한 울타리 품 안에서 같이 호흡하고 끌고 나가고자 했다. 100명의 기업을 선정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다. 제가 직접 40여 분의 기업 대표님들과 만나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몇 천만원까지 후원금을 모집했다. 현재 모집 액수는 목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를 해소했다면, 다음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영화제는 무엇보다 '그들만의 리그'가 돼선 안된다. 영화의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번 저희 슬로건도 '우리는 늘 선을 넘지'다. 내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려면 내 돈으로 내가 만들면 된다. 하지만 투자를 받아 영화를 만든다면 투자자 역시 고려해야 한다"며 "자신만의 색깔은 지키며 창작자의 상상력이 들어가되, 일부분은 대중과 호흡해야 한다. 조금 더 추가적으로는 전주 시민들도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물 안에서만 노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조금 더 분산해서 전주 전역에서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목표는 '네트워크 형성'이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내년부터는 해외에서 초청한 감독들과 국내 감독들이 소통할 수 있는 세션을 만들고 싶다. 이곳에 와서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는 것은 좋지만 뭔가를 하나 얻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며 "그것이 바로 '네트워크'다. 몇 십 개국의 감독과 국내 감독들이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영화적으로 교류도 하고, 소통도 한다면 이것이 바로 서로에게 재산이 될 것이다.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인적 교류를 나누면서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향후 독립 영화의 방향성을 짚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것은 독립 영화가 몇 번의 지원금을 받고, 상금을 받는지가 아니다. 그곳은 한두 번의 나를 보여주는 테스트장일 뿐"이라며 "지원을 받고, 영화에 대해 조금 더 연구하고, 탐독하고, 열정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저희가 발판을 놔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면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체성과 독립영화의 감독들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감독들을 통해서 많은 후배들을 양성해 영화계의 맨파워 (manpower)를 만드는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영화제들이 대중과 만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지역에 영화제가 많다. 지자체들은 줄어가는 인구를 위해 살기 위해 영화제를 만들고, 축제를 연다. 하지만 일부는 단발성으로 끝나기도 한다"며 "장기적으로 가려면 준비를 탄탄하게 해서 전주국제영화제처럼 컬러를 잡아야 한다. 현재 우리 영화제를 보기 위해 남미부터 아프리카, 유럽 등 전 세계 관객들이 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은 'K-콘텐츠'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시점이다. 모든 사람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이 타이밍이 국가나 지자체에서 '디벨롭' 할 수 있는 찬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립 영화의 가치와 중요성도 짚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이제는 사이즈 전쟁이 아니다. 제가 30여 년 동안 영화를 해오면서 몇 백억이 투자된 것보다 내실이 중요하다. 얼마나 밀도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지, 얼마나 집중하게끔 만드는지가 중요하다"며 "지금은 정말 영화를 하고 싶어도 자본이 없어서 시작하지 못하는 예비 감독님들도 많다. 그런 분들에게 기회를 더 제공하기 위해, 또 전 세계 독립영화 제작자들이 만든 영화를 출품해서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장터 역할을 해주는 것이 전주국제영화제가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무작정 '도와주세요'가 아니라 '기브 앤 테이크'도 필요하다. 독립영화 소재로서도 기업과 소통하면서 기업이 사회에 주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파악하면 조금 더 다양한 소재거리가 나올 수 있다"며 "독립영화 소재로 쓸 수 있는 무궁한 소재들을 기업들과 접촉하면서 기업과 독립영화가 하나가 되는 것이다. 기업도 영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홍보도 하고, '영화에 투자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줘서 같이 호흡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독립 영화도 소통해야 한다. 소통이 없다면 그들만의 리그가 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영화를 만들고 아무도 안 봐주는 영화를 하면 만든 보람이 없지 않냐"며 "투자를 받고, 영화를 만든다면, 나도 뭔가를 줄 생각을 해야 한다. 그 문화가 잘 정착된다면 독립 영화에서도 다양한 장르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내년엔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제가 후원회를 결성하면서 이것이 응급치료가 되면 안 된다는 걸 생각했다. 기업이 추구하는 정신과 저예산 영화의 창작자를 발굴해 내면서 처음부터 같이 만들어나가고, 쌓아나가자는 것"이라며 "그렇게 한다면 감독한테도 응원군이 생기고, 영화를 향한 자신의 꿈을 찾아갈 수 있다. 창작자들이 많은 작품을 시도하고,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 준다면 '제2의 봉준호' 같은 감독이 대한민국의 콘텐츠를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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