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은 ‘56년 만의 미투’ 재심 요청에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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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유죄가 확정된 최말자씨가 지난 2일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여든을 앞둔 최씨는 "제 사건의 재심을 다시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만이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며 더 이상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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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는 이유로 오히려 가해자로 몰려 유죄가 확정된 최말자씨가 지난 2일 대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2020년 정당방위를 주장하며 청구한 재심이 항고까지 기각돼 이듬해 재항고를 했는데, 2년이 다 돼가도록 대법원이 이를 뭉개고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의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최씨의 사연은 50여년 전 여성인권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다. 최씨는 1964년 만 18살 때 자신을 성폭행하려는 20대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 지금의 상식과 기준으로는 당연히 정당방위에 해당하지만, 당시 검찰은 ‘멀쩡한 남성의 혀를 잘랐다’는 이유로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6개월 넘게 구속수사한 뒤 재판에 넘겼다. 최씨를 성폭행하려던 남성은 주거침입 등의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법원은 최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반면 남성에게는 그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판결이었다. 재판장은 최씨에게 “어차피 험한 일을 당한 처녀가 시집가기는 어려울 테니, 두 사람이 결혼할 생각은 없는가”라는 막말로 2차 가해까지 했다.
50여년간 죄인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온 최씨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현행법에서 재심 사유로 규정한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새 증거의 발견’이나 ‘수사 과정에서 검사 등의 직무에 관한 죄의 증명’이 없다는 형식적 이유를 들어 기각했다. 그러면서도 “재심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지만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이 사라지지 않고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체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커다란 울림과 영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나름 재심 청구의 의미를 인정했지만,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저항권을 무시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금 기준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잘못된 판결을,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로 바로잡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여든을 앞둔 최씨는 “제 사건의 재심을 다시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만이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며 더 이상 성폭력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최씨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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