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시장 외치며 국정혁신 드라이브···여야 협치는 당면 과제
거대야당 발목잡기에 입법 차질
교육·연금 등 3대 개혁 공회전
미래세대에 부담 고스란히 전가
국민위해 野와 직접만나 풀어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년간 강조한 최우선 가치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였다. 이 같은 기조 위에 국정 혁신의 드라이브를 걸었다. 특히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고 법인세 등을 경감해 기업들의 고용과 투자를 되살림으로써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충하려 했다. 문제는 이들 정책을 뒷받침할 입법이나 예산 배정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170석의 거대 야당이 새 정부 출범 후 관례적으로 이뤄져온 ‘허니문’ 기간도 없이 대정부·대여 대결 구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의석수에서 열세인 정부와 여당은 국민적 지지를 통해 야당을 설득·압박해야 했지만 내부 정책 혼선이나 대국민 소통 부족 등으로 여론을 등에 업는 데 한계를 보였다.
새해 들어서도 이 같은 상황은 이어졌다. 야당은 연초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저잣거리의 언어를 쏟아냈다. 대장동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임박하자 2월 22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국가권력으로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도 야당을 더 끌어안기보다는 정면 승부를 시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올해 제63주년 4·19 기념식에 참석한 이 대표를 앞에 두고 “자유와 민주주의가 사기꾼에 농락당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밝혀 정치적 갈등의 골이 더 깊게 만들었다.
지난 1년간 감정 섞인 언어가 오가는 속에서 정치는 실종됐다. 윤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언급한 ‘초당적 협력’과 ‘의회주의’를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한 제1야당이라는 오명을 감수하면서까지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임기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대통령의 ‘탄핵’을 언급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정부를 뒷받침하고 야당을 설득해야 했지만 성과는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파 간 갈등을 비롯해 지속된 내홍으로 당의 역량을 집결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근래에는 친윤계가 주도하는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해 당정일체 기조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최고위원의 막말 파동 등으로 역풍을 맞았고 당내 계파 화합은 이루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담은 주요 정책 법안들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기 일쑤였다.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은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고 직회부 카드를 남용하며 일방적 의회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맞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라는 고육책까지 단행했다. 그러는 사이 윤 대통령의 취임 1년 지지율은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거야의 장벽에 막히고 내홍 속 여당의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국정 혁신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특히 3대 개혁이 난관에 봉착했다. 교육개혁은 만 5세 입학 논란 이후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연금 개혁 또한 국회 연금특위가 활동 기한을 연장했지만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 개혁은 이제야 여당이 특위를 구성하려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야 모두 협치로 전환하지 않으면 국정과 정치 모두 국민적 신뢰를 잃고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런 측면에서 여야정이 시급한 민생 및 경제 입법, 예산 등에 대해서는 초당적 협치를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경제에는 자유주의 진영으로 첨단산업 공급망이 재편되는 충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기술 추격, 줄어드는 대중 수출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 지원 법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윤 대통령이 먼저 대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야당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 판단은 사법부에 맡기고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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