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처럼 반사회적인 상습체불, 근절해야"... 사업주에 더 강한 제재 가한다
당정 "형사처벌 넘어 신용제재도 강화"
1조3,500억 원에 달하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국내 임금체불 규모는 일본의 18배에 달하며,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고질적 문제였다. 정부는 사회에 만연한 '공짜야근'이나 상습체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노동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3일 당정 현안간담회를 열고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면서 적극적인 청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사업주에 대해 감독 및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에 더해 신용카드 발급 등에 영향을 주는 신용제재도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임금체불액은 1조3,500억 원이고, 피해 근로자는 24만 명이었다. 경제 규모가 우리나라의 2.5배인 일본보다도 임금체불액이 많았는데, 그 격차가 무려 18배에 달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30%의 사업주다. 고용부에 따르면 30%의 사업주가 지급하지 않은 임금이 전체 체불액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제재 강도가 약하기 때문이다.
이 장관은 "형사처벌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치는 데다 벌금액도 체불액의 30% 미만인 경우가 77.6%나 될 정도로 매우 낮다"며 "사업주 명단 공개나 신용제재도 대상이 적어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형사처벌을 넘어 경제제재를 현재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신용제재 대상을 넓히는 내용이 골자다. 이 장관은 "근로자 1인당 체불액이 최근 1년 내 3개월분 임금 이상이거나, 최근 1년 내 5회 이상 체불하고 체불총액이 3,000만 원 이상인 사업주는 관련 자료가 신용정보기관에 넘어가도록 할 것"이라며 "이 기준으로 보면 약 7,600개 사업장이 제재 대상에 추가되는 셈인데, 이들의 체불액은 전체의 60%에 해당하는 8,000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신용제재뿐 아니라 국가·지자체 지원사업이나 보조가 제한되고, 공공 입찰 시 감점 등 불이익을 받게 된다.
다만 체불 청산 의지가 있는 사업주들은 적극 도와주겠다는 입장이다. 체불사유와 관계없이 융자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 사업 운영 기간을 1년에서 6개월로, 융자 한도는 1억 원에서 1억 5,000만 원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다만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해 대지급금을 많이, 반복적으로 수급하는 사업장을 집중 관리하고 장기 미회수 변제금은 전문기관에 위탁해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피해 근로자가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처벌할 수 없다. 때문에 일부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일정 수준의 임금을 변제해주는 대신 형사처벌을 면하면서 체불 문제가 반복된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이 장관은 "반의사불벌죄가 현재 조건에서는 어느 정도 (체불 청산에) 효과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구조적인 문제는 추후 연구를 통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임금체불 사업장 제재에 힘을 주는 이유는 올해 3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 발표 직후 들끓은 부정 여론에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자들의 임금·휴가 등 근로보상체계에 대한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후 포괄임금 오남용이나 육아휴직 사용 방해 등 청년층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노동현장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감독 강화 계획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 장관은 "상습적인 임금체불은 중독성이 강한 마약 같은 것"이라며 "근로자들의 생명줄과 같은 임금을 계속 반복해서 죄의식 없이 체불함으로써 가족을 파괴하고 나아가 사회에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히 이번에는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사업장엔 재감독까지 나가 중요하게 챙겨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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