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돌산 무슬목 골프장 조성 논란…주민 간 찬반 대립

김진영 2023. 5.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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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둑만 쌓아놓고 60여 년째 방치
전남도·여수시 1조원 규모 관광단지 조성
주민설명회 없이 발표했다가 낭패
지역민 각종 오·폐수 배출 피해 우려
"생태계 보전…의견 수렴부터 나서야"
시 "수차례 설명…관련 절차로 검증"
전남 여수시가 돌산 무슬목 일대 1조 원 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생태계 피해 등을 우려한 지역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여수 무슬목 관광단지 조감도. 모아종합건설 제공

전남 여수시가 돌산 무슬목 일대에 추진 중인 1조 원 규모 관광단지 조성사업이 지역 주민 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60년간 방치된 땅에 세계적 휴양복합 관광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지만, 생태계 교란과 골프장 조성으로 인한 각종 오·폐수 피해를 우려하는 주민들은 시 집행부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3일 대책위원회 출범에 이어 오는 9일에는 돌산 어촌계장 전체 회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3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최근 전남도와 여수시, 지역 건설업체인 모아그룹은 여수 무슬목 관광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모아그룹과 여수레저개발은 2030년까지 무슬목 일원 141만5,000㎡ 부지에 7,010억 원을 투자해 휴양형 해양레저복합단지를 조성한다. 200실 규모 5성급 호텔과 890실 숙박 시설, 2,000석 규모 컨벤션센터, 음식 테마파크, 해안유원지, 18홀 규모 대중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동안 악취 등 버려졌던 땅에 개발 기회가 찾아오자 굴전 마을 일부 주민들은 “60년 숙원이 해결됐다”며 반기고 있다. ‘무슬목 호수’로 불리는 이 지역은 돌산읍 남·북섬을 잇는 잘록한 모래톱으로, 정부의 식량 증산 정책에 따라 1966년 논으로 조성한다는 조건으로 한 사업자가 매립 허가를 받았으나, 실제 매립공사는 하지 않았다. 1983년까지 17년 동안 1㎞에 이르는 둑을 쌓는 제방 공사만 했다. 둑이 완공되자 40여 일간 양수기를 동원해 방조제 안 바닷물을 퍼내 바닥이 드러나게 한 뒤 ‘목장용지’로 준공 검사를 받았고, 이후 현재까지 방치되고 있다. 이를 놓고 굴전 마을 주민들은 “수십 년간 악취와 모기에 시달려 왔다”고 호소했다. 전남도와 여수시가 관광단지 조성에 나선 배경이다.

하지만 인근 돌산 주민들은 “대규모 관광시설 투자 계획과 관련해 주민 설명회 등 의견 수렴이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돌산 연합청년회와 돌산어촌계 협의회 등 10여 개 단체들은 이날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방안 논의에 나섰다.

이들 단체는 골프장 조성으로 인한 각종 오·폐수 배출 등을 이유로 반대하며, 바지락·꼬막·굴 등 지역 특산품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대책위는 “여수시가 개발 사업 시행사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기 전에라도 수산인을 비롯한 지역민들에게 설명회 등의 의견수렴이 우선”이라며 “돌산 지역 교통체증, 오·폐수처리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과 골프장 건설에 따른 해양환경 및 생태계 보전 방안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이어 “목장용지인 무슬목이 관광용지로 용도 변경된다면 사업자는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다”며 “행정기관이 용도변경 허가가 나기도 전부터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특히 무슬목 일대가 이순신 장군과 관련이 있는 유적지라는 점도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다. 대책위 관계자는 “1598년 가막만 바다에서 왜군과 대치하던 충무공은 해상전투에서 왜군에 밀리는 척 전술을 펼쳐 60여 척의 왜선과 300여 명의 왜군을 섬멸했고 이 전투가 있던 1598년은 무술년이었기 때문에 무슬목이라는 지명이 붙게 된 것”이라며 “무슬목 바다 호수가 매립되면 잘록한 목이라는 지형 때문에 이충무공이 승리로 이끈 무술년의 역사현장이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단법인 여수돌산관광경제발전협의회와 여수시관광발전범시민운동본부도 성명을 내고 “여수 관광 정책 일환으로 돌산 지역의 향후 관광 미래를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 구축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돌산 무술목 관광단지 개발 사업 투자양해각서 추진을 중단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지역 정치권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철현(여수 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대규모 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된다면 돌산지역 수산자원 생태계의 막대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동익 전남도 의원도 “가막만은 미국 식품의약처 수출용 조개류 생산 지정해역으로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해양오염이 확실시된다”며 “이는 전남 제1의 수산도시인 여수 근간인 수산업의 붕괴를 초래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 관계자는 “지난해 9월 23일 모아그룹이 굴전 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했고, 11월 28일과 12월 7일에는 굴전 마을을 제외한 인근 5개 마을 대표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면서 “올해 1월에도 지역민들과 시장 면담하는 등 수차례 설명해왔기 때문에 주민 설명 절차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생태계 파괴 우려는 환경·교통영향평가, 도시계획허가, 경관 계획 승인 등 수많은 행정 절차들이 남아있어 문제점이 없는지 들여다볼 것”이라며 “관련 절차 진행 과정에서도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 절차가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김진영 기자 wlsdud45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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