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무 개입 무감각’ 여당은 태영호 사태 책임 없나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음성 녹취 사태’ 배경에는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여권 분위기와 태 최고위원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상명하복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3일 나온다. 태 최고위원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보좌진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태 최고위원이 윤 대통령을 무리하게 옹호하려다가 문제가 터졌다는 시각이다.
여권 내에서는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을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윤 대통령이 지난 3·8 전당대회 전 당원투표 비중을 70%에서 100%으로 올리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후 실제로 당헌개정이 이뤄졌다. 전당대회 예비 주자였던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 안철수 의원을 향한 대통령의 “적” 발언, 대통령실 행정관의 단체채팅방을 통한 개입 의혹 등 대통령실의 당무개입 정황을 보여주는 사건이 잇달아 벌어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인 A씨는 이날 “당무 개입은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대통령실에서 여당에 좀 (대통령 옹호성) 얘기해달라는 건 당연한 것”이라며 “태 최고위원한테만 했겠나 (최고위원에게) 다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태 최고위원이 이진복 정무수석의 발언을 윤 대통령의 전언으로 받아들이고 무겁게 여겼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 B씨는 “태 최고위원 특성상 (이 수석의) 그런 말이 나오니까 바로 (보좌진) 회의를 소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 정치권은 민심을 봐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위만 보면 되지 않나”라며 “그런 문화에 태 최고위원이 익숙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이 수석과 만남이 있었던 지난 3월9일 이후 태 최고위원의 윤 대통령에 대한 옹호성 발언은 늘어났다. 윤 대통령을 무리하게 옹호하려다 논란을 빚기도 했다.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14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담긴 외교청서를 윤석열 정부의 노력에 대한 “화답 징표”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태 최고위원의 지역구인) 강남갑은 두 번 공천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까 열심히 어딘가를 바라보고 뛰는데 제가 봤을 때는 방향과 속도가 틀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태 최고위원이 대통령실에 대한 충성을 위해 의원실 내부 경쟁을 유도하는 분위기 속에서 보좌진의 불만은 더욱 증폭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 C씨는 “(녹취 사태 이후) 한 친구가 또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며 “그 방에서 원래 많이들 그만두기는 하는데 태 의원이 최고위원이 된 이후 더 어수선한 모양”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 D씨는 “북한에서 공직 생활을 한 30년 넘게 하시다보니 아무래도 북한 스타일의 관료 체제와 운영에 좀 익숙하다”며 “북한에서 하는 ‘총화’ 식의 회의가 너무 많다. 일주일에 20번씩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총화는 북한의 주민통제 방식 중 하나로 다른 사람을 감시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비판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 관계자는 “회의 때마다 부정적, 비판적으로 서로 지적을 하다보니 보좌진 사이도 안 좋아지고 의원은 또 그걸 당연시 여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언젠가는 직급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분위기를 항상 조성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취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지난 1년 동안 의원실에서 면직이 한 건도 없었고, 다른 의원실로 옮겨간 비서관은 3일 기준 1명”이라며 “의원실에 대한 음해와 비난 억측,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앞으로 법적 대응을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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