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찾는 이야기, 이상 아닌 현실 보여주고 싶었다”···‘리턴 투 서울’ 데이비 추 감독[인터뷰]
9년에 걸친 세 번의 고국 방문
친부와의 만남과 복잡한 상황
“외국인으로 한국영화 만든 중압감”
‘그리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렇게 끝나는 이야기들은 많다. 왕자와 결혼한 공주 이야기, 악당을 무찌른 용사 이야기, 그리고 한국인 친부모를 만난 입양인 이야기. 어릴 때 미국이나 유럽 국가에 입양돼 다른 인종과 섞여 살던 한국인이 입양 서류에 있던 사진 한 장을 들고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주어진 짧은 시간 동안 여러 어려움을 헤치며 부모를 찾는다. 그가 극적으로 부모와 눈물의 상봉을 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익숙한 서사다. 하지만 과연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을까.
3일 개봉한 영화 <리턴 투 서울>은 다른 방식을 택한다. 아기 때 프랑스로 입양된 프레디(박지민)가 우연히 한국에 방문해 별다른 노력 없이 친아버지(오광록)를 만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평생 떨어져 살아온 둘은 당연히 잘 맞지 않는다. 프레디는 한 번의 만남 이후 자꾸만 이해하지도 못하는 한국말로 긴 메시지를 보내오는 아버지가 싫다. 술에 취해 찾아온 아버지가 자신을 붙잡자 만지지 말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싫은 것 투성이인데 어쩐지 자꾸 한국으로 돌아온다. 영화는 프레디가 9년에 걸쳐 한국을 세 번 방문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뿌리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흔히 알고 있는 이야기와 다르게 접근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민자나 입양아가 부모님의 나라나 자신을 버린 나라를 찾아가는 이야기가 많이 다뤄졌지만 항상 아쉬운 면이 있었습니다. 너무 단순화 혹은 이상화돼 있고, 해당 국가에서 흔히 바라는 이야기로 이끌어 가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제가 경험하고 주변에서 들은 것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부모를 찾는 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고 더 많은 문제와 더 복잡한 상황이 거기서부터 생겨납니다. 제 영화에서 프레디는 더 복잡하고 덜 빠르고 덜 쉬운 여정을 합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데이비 추 감독은 영화의 의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추 감독은 실제 자신의 친구 로르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를 만들었다. 로르는 아기 때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됐다. 추 감독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한국에 왔을 때 로르와 함께 로르의 친아버지를 만나러 진주에 간 적이 있다. 6년 뒤 로르가 무기상이 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도 함께 아버지를 만났다. 영화 속 아버지가 연기한 수줍음과 망설임이 가득한 표정과 말, 식사가 끝나자마자 인사할 겨를도 없이 급하게 딸을 보낼 교통수단을 찾는 행동 등은 당시 그가 본 로르의 아버지 모습에서 가져왔다.
프레디는 예상에서 벗어난 행동을 한다. 친부모를 찾는 데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더니 아버지를 찾아 군산까지 내려간다. 남자로부터 좋아한다는 고백을 듣고 나서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정신없이 춤을 춘다. 내면의 평화를 찾은 것 같더니 갑자기 술을 먹고 필름이 끊겨서 길바닥에서 깬다. 추 감독은 “프레디의 ‘욱하는’ 성격은 그의 여정이 길어지는 데 한몫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너는 이랬으면 좋겠다’는 데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인물이 아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준다. 복잡하고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말했다.
프레디를 연기한 배우 박지민은 이 영화로 처음 연기에 도전한 신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민을 간 그는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하다 추 감독을 소개받았다. 영화는 지난해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프레디를 매력적으로 연기해 낸 박지민 배우는 국제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프레디의 매력 중 하나는 그가 사랑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추 감독은 “도발적이고 공격적이고, 남의 마음에 들려고 애쓰지 않는 남성 인물은 뉴 할리우드 때부터 많았다. 그러나 여성은 드물다. 여성에게는 부드럽고, 사랑이 많고, 사랑을 바라는 성격을 기대한다”며 “영화사에 걸쳐 여성 중에는 프레디와 같은 인물이 드물다는 것을 느껴서 프레디를 공격적이고 까칠한 성격으로 만들었다. 영화를 전형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다는 욕구도 프레디의 성격을 이렇게 만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추 감독은 캄보디아계 프랑스인이다. 그는 극중 프레디가 한국을 처음 찾은 나이와 같은 25세 때 처음 캄보디아 땅을 밟았다. 그는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영화는 얼굴에 대한 영화다. 이민 2세대로서 캄보디아에 처음 갔을 때 저와 너무나도 닮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강한 타자성을 느낀 것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캄보디아에 영화제작사를 차리고 연출과 제작을 넘나들며 영화를 만들고 있다. 캄보디아 영화인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달콤한 잠>, 도시로 이주하는 시골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극영화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등의 작품을 찍었다. 추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서 “돌이켜 보니 (<달콤한 잠> <다이아몬드 아일랜드> <리턴 투 서울>) 세 영화에 스며 들어있는 테마가 과거를 모르거나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고 했다.
추 감독은 외국인으로서 한국영화를 만드는 데 대한 두려움과 의심을 여러 차례 인터뷰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캄보디아를 주제로 한 외국영화들을 봤을 때 ‘저건 현실적이지 않은데’라는 불편함이 굉장히 많았다. <리턴 투 서울>이 입양이라는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만큼 절대로 실수하면 안 되겠다는 중압감과 책임감을 많이 느꼈다. 의심은 아직도 있다”며 “혼자만이 아니라 영화를 같이 만든 팀과 함께 공동의 노력을 했다. 식당에 가면 누가 어디에 앉는지, 아침에 일어나서는 어떤 옷을 입고, 밖에 나갈 때는 어떤 옷을 입는지 등 내 문화가 아니다 보니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은 자문과 조언을 통해 메꿀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신중현의 ‘꽃잎’ ‘봄비’ ‘아름다운 강산’ 등의 노래가 등장한다. 그는 한국에 방문했을 때 서울 홍대입구 앞 바인 곱창전골에 갔다가 이 노래들을 알게 됐다. 가사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그는 “노래 ‘꽃잎’의 가사가 영화의 의미와 맞닿은 것은 우연의 일치다. 노래가 주는 감정에 중심을 뒀다. 너무 기쁘지만도 슬프지만도 않으면서 리듬은 빠른 경쾌한 노래여서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culture/movie/article/202205231533001#c2b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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