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정보 쥐고도 주가폭락 못 막아···조사 기밀 유출 가능성
지난달 제보 받고 조사 착수 직후
김익래·김영민 등 주식 대량 매도
금융위, 금감원에 정보공유도 안해
키움 "김 회장, 조사 몰랐을 것"
당국, 키움증권 CFD 검사 돌입
이상거래 징후 탐지 못한점 인정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및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금융위원회까지 추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문제가 된 8개 종목의 주가가 수년간 상승하다 폭락하는 동안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위가 주가조작 제보를 받고 독자적인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실수나 고의로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등에게 정보가 흘러갔을 가능성도 유력하게 살필 지점으로 지목된다.
앞서 금융위는 4월 초 주가조작 관련 제보를 받고 같은 달 중순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전문 기관인 금융감독원과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를 인지한 시점과 관련해 “제가 들은 것은 아주 최근”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금융위가 조사에 나서면서 지난달 17일 김영민 회장이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서울가스(017390) 주식 10만 주를 팔아 456억 9500만 원을 현금화하고 이틀 뒤인 19일에는 선광(003100)의 공매도 물량이 4만 주 이상 쏟아져 나왔다는 점이다. 김익래 회장도 20일 다우데이타(032190) 주식 140만 주를 시간외매매로 처분해 총 605억 4300만 원을 확보했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주식 대량 매도와 주가 폭락 사태가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이어졌다.
기업 총수들이 회사나 지인 등을 통해 금융위의 조사 사실을 인지한 상태에서 보유 주식 매도에 나섰을 수 있다고 추정되는 배경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정통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감원과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금융위에서만 조사 계획을 세웠던 점을 볼 때 제보가 새나갈 통로는 금융위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에서 수사 주도권을 넘겨받아 금융위·금감원과 합동 수사팀을 꾸렸다. 금융위가 당시 보안에 충실했는지는 합동 수사 전까지 내부 관계자들만 알 수 있다. 키움증권(039490)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4월 24일 첫 하한가 사태 전 다우데이타는 몰라도 키움증권에 당국의 조사가 들어오지는 않았다”며 “김 회장도 금융위의 조사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4월 중순부터 조사에 돌입했으며 이후 상장사 통지 여부 등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사 정보가 유출되지 않았거나 총수들이 금융위가 아닌 주가조작 세력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조사 정보를 확보했을 수도 있다. 주가조작 세력을 이끈 라덕연 H투자자문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전까지 김익래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키움증권을 대상으로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한 검사에 들어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검사 방침을 2일 국회 정무위원회 비공개 간담회에서 보고하면서 이상거래를 사전에 탐지하지 못한 점을 인정했다. 금감원은 조만간 다른 관련 증권사에 대한 검사에도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이 키움증권 CFD 검사에서 주로 들여다보는 부분은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과 규정을 충실히 지켰는지 여부다. 또 고객 주문 정보 이용, 내부 임직원 연루 여부 등도 검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익래 회장이 키움증권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는 만큼 임직원의 CFD 관련 연루 여부는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게 금감원 측의 입장이다.
금융 당국은 이번 사태가 공매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CFD를 악용한 시세조종 행위에 주목하는 이유다. 실제로 주가가 급락한 8개 종목 중 대성홀딩스(016710)·세방(004360)·삼천리(004690)·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030210) 등 ‘코스피200’에 포함되지 않은 5곳은 2020년 3월부터 공매도가 전면 금지돼왔다. 선광도 ‘코스닥150’에 최근 편입돼 4월 19일 전까지 사실상 공매도가 불가능했다. 2월 말 기준 CFD 잔액은 전체 13개 증권사 가운데 교보증권이 6131억 원으로 가장 많고 키움증권(5181억 원), 메리츠증권(3409억 원), 하나증권(3394억 원) 순이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고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계약(TRS)의 일종이다. 실제로 주식을 매수하지 않고 40%대의 증거금만으로 2.5배를 투자할 수 있다. 정해놓은 증거금률을 유지하지 못하면 반대매매를 통해 강제 청산된다. 미수 채권이 발생하면 중개 역할을 하는 국내 증권사가 회수 부담을 대부분 짊어진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서종갑 기자 gap@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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