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가정교사 온다" 美사교육기업 초토화
빌게이츠 예언 1주일만에
체그, 매출감소 우려 커지며
하루새 시총 1조3000억 증발
듀오링고 10% 피어슨 14.6%
美에듀테크 기업들 주가 급락
문장을 자유롭게 만들어내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미국 사교육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교육기술 업체인 체그(Chegg) 주가는 하루 새 반 토막이 났다. 전일 실적 발표에서 "챗GPT 때문에 향후 매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하자마자 투자자들이 겁에 질려 투매한 것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체그 주가는 전장보다 48.5% 급락한 9.08달러를 기록했다. 2013년 상장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루 만에 시가총액 10억달러가 사라졌다. 전날 실적 발표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좋았다. 체그는 1분기 매출액이 1억8800만달러로 시장 평균 전망치 1억8500만달러를 웃돌았다고 공시했다. 또 주당순이익 역시 27센트로 전망치 평균 26센트를 뛰어넘었다.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문제는 2분기 전망이었다. 체그는 2분기 매출을 1억7500만~1억7800만달러로 잡았는데 시장 전망치보다 10% 낮은 수준이다.
댄 로젠스웨이그 체그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에는 챗GPT가 우리 신규 고객 가입에 눈에 띌 만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3월부터 챗GPT에 대한 학생들 관심이 급격히 증가해 신규 고객 성장률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염려했다.
학생들이 교육 업체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궁금한 것을 직접 챗GPT에 물어보면서 신규 고객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날 주가가 반 토막 난 체그는 아이오와주립대 출신인 조시 칼슨, 마이크 시거, 마크 피들케가 창업한 에듀테크 스타트업으로, 매달 구독료를 받고 교육 서비스인 영작, 수학, 과외 수업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 발표 직후 모건스탠리는 체그의 목표주가를 18달러에서 12달러로 크게 낮췄다. 또 이 여파로 다른 교육업체들의 주가 역시 줄줄이 하락했다. 주가 하락률은 피어슨 14.6%, 듀오링고 10.2%, 2U 13%, 애드탈렘 6% 등이었다.
특히 듀오링고의 주가 하락은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외국어 학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듀오링고는 오픈AI가 개발한 GPT-4를 활용해 AI 챗봇을 업데이트했다. 유료 버전이다. 챗GPT와 역할극을 하면서 외국어를 배우게 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소비자가 챗GPT를 활용해 무료로 언어를 배울 수 있는데 굳이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판단했다.
교육 스타트업이 생성형 AI에 줄줄이 영향을 받자 빌 게이츠의 발언이 실현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지난달 "AI가 인간만큼 훌륭한 가정교사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AI가 현재는 언어 영역을 파고들고 있지만 앞으로는 수학 영역까지 침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18개월만 지나면 AI가 교사의 보조 역할로 들어와 글쓰기에 피드백을 주게 되고, 이후에는 우리가 수학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향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AI가 빠른 속도로 침투하자 파업 현장에서도 "AI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미국작가조합(WGA)은 대형 스튜디오들을 상대로 16년 만에 파업을 선언하면서 AI 도입 반대를 외쳤다. 이번 파업에는 1만1500명이 참여했다.
[실리콘밸리 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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