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소은행 주가 추풍낙엽…불안 왜 잦아들지 않나
마진 축소, 상업용 부동산 부실위험 우려
엘 에리언, “부차적 금융시스템 위험 더 커져”
미 로스앤젤레스(LA) 지역 은행 팩웨스트 뱅코프 -27.8%, 뉴욕주 메트로폴리탄 은행 -20.5%,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웨스턴얼라이언스 뱅코프 -15.1%, 텍사스주 댈러스의 코메리카은행 -12.4%.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키코프 -9.4%.
뉴욕증시에 상장된 미국 중소형 은행주들의 2일(현지 시각) 하루 하락 폭이다. 전날 JP모건이 파산 위기에 몰린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전격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봉합되는 듯했던 은행 불안이 가라앉기는커녕 심화하는 분위기다. 퍼스트리퍼블릭 인수 발표 후 주가가 올랐던 JP모건 주가도 하루 만에 1.6% 하락 반전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3.0%), 웰스파고(-3.8%) 등 대형 은행도 매도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은행 위기는 거의 끝났다. 크게 한숨 돌려도 좋다”고 했지만, 많은 투자자들과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당장 추가 금리 인상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멈추지 않는 은행 불안, 왜?
미 연방준비제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이날, 미국 채권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 인상 확률은 90%에 달한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려 연 5~5.25%가 되면 중소 은행들에게 가뜩이나 커진 역마진 압박은 더 무거워진다. 코로나 위기 때 사들인 채권 등 보유 자산 금리는 연 1%대인 데 비해, 현재 자금의 조달 금리는 기준금리에 연동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기준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 상품으로 자금 이탈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 소형 지방 은행에서 이탈한 예금은 2627억달러(약 352조원)에 달한다. 2일 추가 폭락으로 올해 주요 중소 지방 은행들의 주가 하락 폭은 30%에서 최대 70%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연 5%대 기준금리가 시장 전망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는 점이다. 2개월 뒤인 7월 말 있을 FOMC에서도 금리 인하가 단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지고 있다. 고금리가 계속되면 많은 전문가가 지목하는 다음 위기 진앙인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문제를 자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높은 금리 때문에 리파이낸싱(재융자)에 어려움을 겪게 된 상업용 부동산이 강제 매각되거나 가격이 급락하게 되고 이들 부동산에 대출해준 중소 은행이 부실화해 다시 예금이 더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국 투자 회사 루미스 세일즈의 줄리언 웰슬리는 WSJ(월스트리트저널)에 “만성적인 위기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다. 지역 은행에는 어려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은행 시스템 위기 더 커져” 의견도
미국 금융 당국을 비롯해 소방수로 나선 JP모건 등은 이번 은행 위기가 ‘시스템 위기’는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결국엔 금융 시스템 위기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블룸버그통신 기고에서 “이번 거래(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인수)로 당장의 은행 위기는 해소됐는지 몰라도, 결국 당국이 ‘차선책’을 선택했기 때문에 부차적인 문제와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말하는 부차적 문제란 JP모건 같은 대형 은행을 더욱더 커지게 만들어 은행 시스템 집중도를 더 높이게 됐다는 점, 미국 예금자 보호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는 점 등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일련의 은행 파산 사태로 현재 최대 25만달러(약 3억3450만원)인 예금자 보호 한도를 높일 것을 의회에 권고했다.
다만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2일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상업용 부동산 손실 등 몇몇 은행 신용 문제는 여전히 우려스럽지만, 은행 예금은 안전하다는 관점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 불안은 대부분 끝났다”고 평가했다. 은행 문제보다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 문제가 더 걱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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