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틀 ‘임금체불·공정채용’ 대책 내놓은 정부·여당, ‘당근·채찍’ 양손에 들고 노동개혁 되살리기
정부와 여당이 3일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게 형사처벌뿐 아니라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전날엔 이른바 ‘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 최장 69시간 노동제’에 대한 청년층 반발에 이어 건설노조 노동자 분신 사망으로 ‘노동조합 탄압’이 이슈화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노동개혁 동력을 회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성 노동운동에 ‘기득권노조’ 딱지를 붙여 공격하는 동시에 사업주의 불법에도 강경하게 대응하며 양면 전략을 구사하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와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당·정 협의를 마친 뒤 상습체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당·정은 1년 동안 노동자 1명에게 3개월분 이상의 임금을 주지 않거나, 1년 동안 여러 노동자에게 5회 이상 임금을 체불하고 그 총액이 3000만원 이상인 ‘상습체불’ 사업주에게 신용 제재, 정부 지원 제한 등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공짜노동’을 불러오는 포괄임금제 오·남용 근절을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재산을 은닉하는 등 악의적 체불 사업주는 강제수사할 방침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이날 임금체불을 “마약”에 빗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당 차원에서 체불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후속 입법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당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채용절차법 개정안(공정채용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법안에는 고용 세습·채용 강요 등 불공정 채용 발생 시 해당 기업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을 담는다. 면접에서 부모 직업을 묻는 등 정당한 사유 없이 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여권이 연이틀 내놓은 노동 관련 정책들은 청년을 비롯한 취약층 노동자가 수혜대상이다. 이들은 ‘주 69시간제’ 추진 논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3월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한 뒤 ‘주 69시간제’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 온 노동개혁은 추진 동력을 크게 잃었다. 당·정의 연이은 노동 정책 발표는 양대 노총 등 기성노조에 속하지 않는 등 상대적으로 노동조건이 취약한 노동자들을 달래 노동개혁에 다시 힘을 붙이려는 의도가 강하다. 노동시간 개편안은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오는 8월까지 다시 마련하기로 우선순위를 미뤄뒀다.
여권은 다른 한 손으론 민주노총 건설노조 등 기성노조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갈라치기 전략이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 등 야권이 입법을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에도 ‘기득권 수호’ 꼬리표를 달아 향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도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 한다. 지난달 28일 한국노총이 회계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매년 받아오던 26억원 규모의 정부 국고보조금 지원사업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강경 대응으로 지지율 상승을 경험한 학습효과가 여권의 이 같은 대응을 낳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건설노조 간부가 검찰 수사에 항의하며 1일 분신한 뒤 전날 숨졌지만, 공식적인 애도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노조를 압박하는 내용의 발언이 이어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기득권 수호에만 전념하며 불법과 폭력을 일삼는 기존의 투쟁 방식과 방향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했고, 이철규 사무총장은 같은 날 “현장에서 선량하게 일하고 있는 성실한 근로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불법을 일삼는 폭력배와 같은 노조에 의해서 침식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노조의 치외법권적 행태에 대해서는 정부가 계속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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