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후원조직 '먹사연'의 수상한 회계
지출목적 안 쓰거나 뭉뚱그려
전당대회 앞두고 비용 급증도
檢, 宋측에 자금전달 여부 조사
먹사연측 취재문의에 응답안해
檢 '돈봉투 의혹'연루자 줄소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개인 후원 조직 '먹고사는문제연구소'가 공시한 회계 내용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먹사연을 통해 송 전 대표가 개인적인 자금을 조달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3일 먹사연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한 기부금품 지출명세서에 따르면 2020년 먹사연은 비용 관련 인건비 등 일반경비 명목으로 3억9530만원을 신고했다. 구체적인 사용 내역은 전혀 적히지 않은 '깜깜이' 회계란 지적이다.
이듬해인 2021년 지출명세서에는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이 담겼지만, 용처에 대한 의문이 더 커졌다. 예컨대 먹사연은 지급수수료 등으로 6548만원을 신고했는데 이는 통신·운반·기타 수수료 등을 포함한 비용이다. 선거법에 능통한 한 변호사는 "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이 빠져나간 만큼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5명의 복리후생비도 식대·출장·회의·접대비 등 명목으로 6900만원이 신고됐는데, 이 같은 비용은 완벽한 증빙이 어렵기 때문에 용처가 불분명한 비용이란 지적이 나왔다. 또 국세청에 신고한 회계자료가 먹사연 측이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와도 숫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한 변호사는 "여타 사단법인들처럼 먹사연도 회계가 엉터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만으로 범죄 혐의점을 밝혀낼 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이런 방식을 통해 비자금을 만들곤 한다"고 말했다.
비용이 급증한 시기도 주목된다. 먹사연은 통상적으로 한 달에 900만~3000만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러나 2021년 5월 전당대회를 반년가량 앞둔 2020년 10월 먹사연은 7500만원의 비용을 신고했다. 2020년 12월과 2021년 1월에는 각각 7300만원, 7700만원을 사용했다. 한동안 평균 2000만~3000만원 선이던 한 달 예산은 2021년 11월부터 다시 6300만원으로 급증한다. 송 전 대표가 출마한 서울시장 보궐선거 반년 전 부터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연구소 후원금 등에서 자금이 동원돼 경선캠프로 흘러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압수수색 당시 송 전 대표 경선캠프의 자금 조달과 관련한 회계자료 등을 확보했다고 한다. 앞서 수사팀은 참고인들을 조사하면서 기존에 알려진 9400만원 외에도 더 많은 돈봉투가 살포된 것으로 안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대해 송 전 대표는 전날 검찰에 자진 출석하면서 "지금까지 먹사연 회원이자 고문으로서 회비와 후원금을 내왔지, 한 푼도 먹사연의 돈을 쓴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며 "회계 장부를 압수해 갔으니 투명하게 분석해 관련 없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매일경제는 먹사연 측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으나 응답이 없었다.
한편 이날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진 등 연루자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이날 오전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된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 모씨를 조사했다. 박씨는 이날 검찰청에서 취재진과 만나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송 전 대표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자 현직 인천시의원인 문 모씨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 문씨는 전당대회 당시 송 전 대표의 수행비서 역할을 맡았다. 수수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의 경선캠프에서 전남 지역본부장으로 활동했던 서 모씨도 소환됐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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