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에 빼든 '범죄단체조직죄', SG發 주가조작단에도 적용할까

조준영 기자 2023. 5. 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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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자 대책위의 전세사기피해자 대책 마련 촉구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3.05.01.


여당과 사범 당국이 악질 민생범죄에 대해 형량을 대폭 높이고 범죄수익을 최대한 몰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범죄단체조직죄(범단)'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규모 세입자 피해를 양산한 전세사기범들에 이어 최근 주가 폭락 사태를 유발한 주가조작 일당에 대해서도 '범단'으로 의율할지 주목된다.

3일 정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20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 근절 및 피해지원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해 단순 사기죄가 아닌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같은날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전국 수사지휘부 화상회의에서 "조직적 전세사기 범죄에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을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범단은 형법 114조에 규정된 범죄다. 해당 조항은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나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하기만 해도 그 목적한 죄의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사기를 목적으로 집단을 조직하거나 구성원으로 활동했다면, 사기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계좌를 빌려주는 등 사기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가담자에게도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다. 이처럼 형량이 무거워짐과 동시에 수사기관이 공범에 대해 재산 추적이나 범죄수익 몰수를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전세사기와 마찬가지로 이번 주가폭락 사태도 다수가 혐의에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 규모 또한 적지 않다. 가담자는 10여명, 주가폭락 피해규모는 약 1조 원, 피해자는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주가조작 사실이 밝혀질 경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 자본시장법은 시장교란행위를 통해 불법이익을 얻은 사람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득액이 5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

그동안 이같은 금융 사건에서는 부당이득액을 정확하게 산정하는 일이 어려워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 제기돼왔다. 범단 혐의로 함께 처벌할 수 있다면 부당이득액 인정 범위가 넓어져 이같은 자본시장법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해 엄단 의지를 명확히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주가 폭락사태와 관련해 양석조 서울남부지검장한테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을 대면으로 보고 받고 "주가조작 가담 세력과 부당이득 수혜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정하게 처벌함으로써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아직까지 주식 관련 범죄에 대해 검찰이 범단 혐의를 적용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경찰 단계에서는 범단 적용 혐의 적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개인 투자자 1000여명을 속인 '리딩방 사기' 일당 14명에 대해 사기,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와 함께 범단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증권범죄를 전문으로 하는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최근 SG사태와 비슷한 사건에서 자본시장법과 범단을 함께 의율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SG사건에도 특정 소수끼리의 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구체적 증거에 따라 범단으로 의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주가조작단을 범단혐의로 입증하는 일이 까다롭다는 의견도 있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범단을 주가조작단에 적용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범행가담자들이 함께 범행을 한다는 공모의식이 있어야 한다"며 "이번 SG사태는 폰지사기일 가능성도 있어, 자신이 투자한 자금이 자기도 모른채 주가조작을 위한 시드머니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원칙적인 입장임 전제하며 "이번 주가조작 사태의 경우 당장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의율하겠지만 원론적으로 볼 때 범단을 적용할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조준영 기자 ch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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