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못한 주가에 … '비상' 걸린 대한항공·아시아나
국내외에서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이 속도를 내면서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가는 올 들어 1.1% 상승에 그쳤다. 지난 1년으로 시야를 넓히면 주가는 오히려 23.5% 하락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도 올해 4.9% 하락했으며 지난 1년 동안은 35.8% 떨어졌다. 보복 해외여행 급증과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를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미국, 일본, 유럽 등 3개국 승인이 미뤄지고 있는 점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가의 부진은 유럽 1등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주가 흐름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루프트한자는 올해 주가가 22.4% 올랐고, 1년 동안 30.9% 올랐다. 국내 LCC 티웨이항공도 올해 27.7% 올랐고, 1년 동안은 5.8% 하락했다.
대한항공에 대한 우려는 이날 실적에서도 확인됐다.
3일 대한항공은 1분기 매출 3조1959억원과 영업이익 4150억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1분기(2조8052억원)보다 1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884억원에서 47%나 감소했다. 코로나 기간 중에 성장을 이끌었던 화물 부문의 부진 영향이 크다. 대한항공의 매출 비중은 작년 기준 화물 노선이 전체 58%로 여객 노선 33%보다 크다. 반면 루프트한자는 여객 노선 비중이 커서 1분기 영업적자 규모를 크게 줄였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화물에서 운임이 25% 하락하고 물동량도 14%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화물 매출은 2분기를 바닥으로 3분기 반등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선 여객 수요의 증가가 대부분 일본과 동남아 등 근거리 노선에 몰리고 있는 것도 장거리 노선이 많은 두 항공사 입장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올해 말까지 목표로 세워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도 삐걱대고 있다. 주요 14개국 합병 심사 가운데 필수신고국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을 제외하고 11개국 승인을 얻었지만, 양대 항공시장인 유럽과 미국 측 통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2021년 1월 설명 자료를 제출한 미국의 경우 지난해 8월 2차 심층조사에 대한 자료도 제출했지만, 그해 11월부터 심사 승인이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2021년 8월 신고서 초안을 제출한 일본과는 올해 3월 시정 조치 협의에 들어갔지만 사전 협의 마무리는 올 상반기 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EU 역시 지난 3월 초 경쟁당국에서 7월 6일로 예정된 합병 승인 여부 결정을 영업일 기준 20일 더 연장한다고 밝히며 최종 결정일을 8월 3일로 미뤘다. 애초 EU는 3월 중순에 승인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한 차례 심사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2단계 고강도 심사를 하겠다고 공고했다.
EU가 제기하는 가장 중요한 합병 승인 요건은 인천에서 유럽으로 가는 주요 4개 노선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점유율을 낮추라는 것이다. 이를 하지 않으면 유럽경제지역(EEA)과 한국 사이 여객·화물 운송 서비스 시장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고 봤다.
대한항공 측은 "유럽행 주요 4개 노선의 슬롯(이착륙 횟수) 일부 반납과 프랑스·독일 등 유럽 국적 항공사나 국내 항공사의 신규 취항·증편 제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년간 EU와 협의해 오면서 대한항공은 아직까지도 정식 시정 조치안을 EU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진우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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