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한꺼번에 심사" 태영호 "굴복 않겠다"…혼란의 與 최고위
내일 예정된 최고위원 회의 전격 취소…당 혼란 이어질 듯
(서울=뉴스1) 박기범 한상희 이밝음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 논란이 확산하면서 당 지도부의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김기현 대표는 당 윤리위원회에 태 최고위원의 '녹취록 파문'에 대한 병합 심사를 요청하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압박했지만, 태 최고위원은 자신은 문제가 없다며 최고위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동안 두 사람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3일 강민국 수석대변인을 통해 "(녹취록 의혹에)심각한 우려를 표함과 동시에 당원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윤리위원회에서 함께 병합해 판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녹취록 논란을 기존 징계 사유와 병합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대해 "정확한 사실을 관계를 파악한 결과, 실제 정무수석이 하지 않은 말을 한 것처럼 본인이 과장해서 표현한 것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켰다"며 "당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됐기 때문에 평가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당 윤리위는 태 최고위원에 대해 징계 개시를 알리며 JMS 관련 SNS(소셜네트워크) 게시물, 제주 4·3 사건 관련 발언 등 두 가지가 징계 개시 사유라고 밝혔다. 여기에 녹취록 파문이 징계 사유에 오르게 되면 당원권 정지 등 태 최고위원에 대한 중징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이번 조치가 태 최고위원에 대한 사퇴압박이란 시선도 있다. '불필요한 오해' '당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는 등의 비판적 어조와 함께 징계 사유를 추가한 것은 태 최고위원에 대한 압박이란 분석이다.
태 최고위원이 당원권 정지에도 자진사퇴하지 않을 경우 징계기간이 지나면 복귀가 가능하다. 이 경우 태 최고위원의 징계 기간 동안 당 지도부는 불완전한 상태로 운영되는데, 김 대표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더 높은 수준의 징계인 제명을 할 경우, 보궐선거를 실시해 또 다른 최고위원을 선출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의 제명은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하며 의원총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한다.
태 최고위원은 김 대표의 이같은 압박에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해명을 반박하며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태 최고위원은 녹취록 파문에 대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보좌진 전체가 참석한 회의에서 제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되었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의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의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한번 이 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지역구 시·구의원의 쪼개기 후원 의혹에 대해서는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서는 단 하나의 오점 없이 당당하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고 반박했다.
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기간에 제가 언급했던 4·3 관련 발언을 시작해 최고위원이 된 후에도 여러 역사적 평가와 관련한 발언이 있은 후 매일 사퇴하라는 정치적 공세와 '태영호 죽이기 집단 린치'가 각 방면으로 펼쳐지고 있다"며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꺾으면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않겠다. 때리면 때릴수록 더욱 강해지는 강철같은 정치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 속에서 4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는 취소됐다. 국민의힘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2차례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오전 김 대표의 외부행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 대표와 태 최고위원 간 불편한 관계가 취소 배경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취소된 명시적 사유는 없다"면서도 "정치적 해석은 자유의 영역"이라고 했다.
한편 김 대표와 태 최고위원은 지난달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경전을 주고받기도 했다. 태 최고위원은 당시 "지난 전당대회에서 저는 여론조사 3%라는 꼴찌로 시작했으나 그렇다고 엄한 곳에 도움을 구걸하지도 않았다"며 "전 목사가 저를 간첩 같다고 비난했음에도 그리고 전대 기간 제 주변에서 '전 목사에게 간첩 발언을 자제하게 해달라고 연락 좀 해보라'고 한 제안도 저는 단칼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태 최고위원의 발언을 두고 전당대회 당시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김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 대표가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자신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김 대표는 같은 날 "이미 관계가 다 절연돼있는 사람에 대한 언급을 더 이상 하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본인(태영호)의 뜻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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