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 인사이드]한미사이언스 오너 도운 신생PE 뒤엔 또 새마을금고
앵커 출자는 MG새마을금고…공동 GP 최근 무림캐피탈 선정
새마을금고, '급전' 필요한 오너일가와 거래 늘려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가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사모펀드(PEF)에 손을 벌렸다. 6개월 뒤 다시 지분 일부를 사오는 조건으로, 연 10% 수준 이자율이 책정된 사실상 단기대출 거래다. MG새마을금고는 이 거래에 2500억원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급전'이 필요한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PEF를 활용해 자금 운용을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장녀 임주현 사장 지분 11.78%가 라데팡스파트너스에 매각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3일 공시했다. 이 거래로 최대주주인 송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63.1%에서 51.3%로 낮아졌다. 매각 규모는 3132억원이다. 매각단가는 주당 3만8000원으로 전날 종가(4만3450원) 대비 12.54% 할인율이 적용됐다. 이날 주가는 6.79% 급락한 4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오너 일가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상속세를 완납할 수 있게 됐다. 창업자 고 임성기 전 회장이 2020년 사망하면서 주식을 증여받은 이들 일가는 5400억원의 상속세를 부여받았다가 절반 가량만 납부했었다.
라데팡스는 이달 중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인수를 위한 프로젝트 펀드 결성을 마칠 예정이다. 라데팡스는 강성부펀드(KCGI)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지낸 김남규 대표가 2021년 설립한 운용사다. 김 대표는 삼성전자 법무실 수석변호사를 지낸 데 이어 컨설팅업체 아콜레이드에도 근무했다. 이번 투자는 라데팡스의 데뷔작이다. 라데팡스는 그동안 아워홈 등 오너일가 거래의 자문을 맡아오다가 지난해 위탁운용(GP) 자격을 확보했다.
라데팡스는 지난해 8월부터 이번 딜을 추진했지만 신생 운용사다 보니 출자자(LP)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군인공제회를 앵커 LP로 4개 기관과 비공개 클럽딜을 목표했지만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 기존 참여기관이었던 새마을금고가 앵커 LP를 자처하면서 거래가 급물살을 탔다.
새마을금고는 3200억 규모로 결성된 펀드에서 2500억원 출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700억원은 다수 캐피탈사들이 댈 예정이다. KDB캐피탈, IBK캐피탈, 신한캐피탈, 한국투자캐피탈 등 다수 금융사들이 출자를 검토하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오너일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 거래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급전이 필요한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한 사모투자의 수익률이 쏠쏠할 것이라 판단했다. 내부에선 한미사이언스와 유사한 거래가 다수 파생될 것이라 내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라데팡스 외에도 공동 위탁운용사(GP)가 있다. 국세청에 납세 담보된 13% 상당의 지분 활용을 위한 트랜치2 브릿지파이낸싱 펀드의 GP를 추가 선정했다. 당초 새마을금고가 최대 출자자로 있는 M캐피탈이 예정됐으나 최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부동산 PF 부실로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무산됐다. 지난 6일 무림캐피탈로 최종 선정을 마쳤다.
SPA에 따르면 라데팡스는 매수 주체를 둘로 구분했다. 하나는 라데팡스파트너스(지분율 6.26%), 또 하나는 코러스(5.52%)다. 유한회사인 코러스는 라데팡스가 한미사이언스 인수를 위해 세운 SPC다. 각각의 매입규모는 1665억원, 1467억원이다.
라데팡스가 매입한 6.26%는 이달 중 무림캐피탈에 넘긴다. 한 달 내로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해 오너 일가와 체결한 SPA를 일부 수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라데팡스가 오너 일가와 체결한 주주간계약(SHA)에 따르면 무림캐피탈이 넘겨받게 될 지분 6.26%에 풋옵션이 부여돼있다. 콜옵션을 보유한 오너 일가가 약정 기한이 만기될 때 해당 지분을 되사오기로 했다. 별도의 주식담보대출을 일으킬 것으로 알려졌다. 약정은 6개월 뒤인 11월이다. 풋옵션 행사가격은 원금에 연 10% 이자를 더한 금액이다. 다시 지분을 되사온다는 점에서 사실상 '파킹 딜'에 가까운 단기대출 거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매각되는 지분은 라데팡스가 코러스를 통해 확보한 5.52%다. 해당 주식엔 풋옵션이 반영되지 않았다. 추후 블록딜 방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한 PEF 업계 관계자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이어 한미사이언스까지 새마을금고가 신생 PEF를 앞세워 사실상 오너 일가에 대한 대출을 늘리고 있다"면서 "앵커 투자자로 수천억을 공격적으로 굴리는 곳이 없다보니 새마을금고의 '원맨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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