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D 규제 완화가 화 키웠나···“전문투자자 지정 요건 강화해야”
최근 불거진 SG증권발 하한가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차액결제거래(CFD)가 지목되면서 과거 금융당국이 CFD 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한 것이 사태의 판을 깔아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간한 ‘2022년 자본시장 위험 분석보고서’를 보면, CFD 거래가 허용된 개인전문투자자는 2020년대 들어 급증했다. 2017년 말 1219명, 2018년 말 2193명, 2019년 말 3330명에 불과했던 개인전문투자자 수는 2020년대 들어 2020년 말 1만1626명, 2021년 말 2만4365명으로 4년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금융당국이 2019년 말부터 CFD 거래 규제를 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9년 11월 금융당국은 개인 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을 완화했다.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추는 한편 소득요건을 연 소득 1억원 이상(부부 합산 1억5000만원 이상), 재산 가액은 순자산 10억원 이상에서 5억원 이상으로 낮췄다. 자격 조건도 해당 분야 1년 이상 변호사, 공인회계사(CPA) 등으로 완화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이 전문투자자 요건을 완화했던 건 벤처나 모험자본에 자금이 흘러갔으면 한다는 취지였으나 현재는 의미가 변질되어 ‘초고위험 상품’이 되어버렸다”면서 “전문투자자 요건을 다시 살펴보는 한편 규제차익을 줄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CFD 규제가 풀리자 관련 시장 규모도 커졌다. 2019년 말 4개사에 그치던 CFD 영업 증권사는 2021년 말에는 11개사로 증가했다. 2020년 말 4조8000억원이던 CFD 거래 잔액도 2021년 말 기준 5조4000억원으로 1년 만에 약 13.1%(6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CFD 시장 과열 우려가 있고 주가 변동성 확대 시 CFD 거래의 레버리지 효과 등으로 투자자 손실 발생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2021년 기준 CFD 전체 거래대금 중 개인전문투자자 거래대금은 전체의 97.8%로 개인 투자가 대부분이다.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문제가 제기되자 금융당국은 레버리지(신용거래) 비율을 최대 10배에서 2.5배로 낮추고, 2021년에는 최소 증거금률을 10%에서 40%로 올렸다. 원래 10만원으로 100만원 어치 투자를 할 수 있었다면, 10만원으로 25만원 까지만 CFD거래를 할 수 있게 조정한 것이다.
최근 하한가 사태의 핵심에 CFD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제도를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당국도 움직이고 있다. 이날 금융당국은 CFD 증거금 최소 비율을 현행(40%) 유지하되 개인 전문투자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거나 CFD 만기 도입 및 잔고 공시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CFD가 어느 종목에 얼마나 쌓여있는지 파악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아예 CFD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지난 1일 “법에 저촉되지 않는 편법으로 시장을 교란시켜 극소수 투자자에게 이익을 주는 CFD 상품의 완전 중단을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CFD는 미국이나 홍콩처럼 개인은 거래하지 못 하도록 막는 게 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고 탈세 방지 측면에서 확실한 방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주식 거래에 레버리지를 막으면 신용대출을 못 하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떨어지고 결국 증시에 악영향”이라면서 “전문투자자 문턱을 너무 낮춘 게 문제인 만큼 잔고 기준을 2~3억원 이상으로 높여 충분한 자금 여력이 있는 주체만 전문투자자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등 등록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CFD 거래에서 불거진 ‘익명성’ 문제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외인을 따라가는 경향도 있다보니 외국계 CFD 계좌가 사들인 종목은 착시현상이 발생해 주가가 더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할 경우에는 이 주체를 분명히 밝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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