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이었더라"… '외상 요청' 미혼모, 알바로 채용한 사장

임신한 소녀의 외상 요청에 선행을 베푼 분식집 사장이 해당 손님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사진은 분식집 사장이 지난달 30일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올린 손님의 배달 요청사항. /사진=뉴스1('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분식집 사장이 임신 중인 미혼모 손님 외상 요청에 흔쾌히 응답한 후기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에서 프랜차이즈 분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미혼모 외상 후기를 공유했다.

A씨는 지난달 30일 배달 주문서에 적힌 "임신 중인 미혼모인데 너무 배가 고프다. 돈은 나중에 이체하겠다"는 외상 요청에 응한 일화를 해당 커뮤니티에 올렸다. 이후 A씨는 손님에게 장문의 문자와 함께 금액을 입금받았다는 후기를 남겼다. 그는 "나의 선택이 신뢰로 되돌려 받은 기분이었다"고 전했다.

A씨의 아내는 이후 손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도 딸 둘 낳고 키워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며 먼저 다가갔다. 손님이 민폐라며 예의를 차려 거절했으나 재차 다독이자 본인 집에 오는 것을 허락했다.

A씨 부부는 배달 주소지인 원룸에서 낯익은 해당 손님을 만났다. 현재 19세인 손님은 알고 보니 과거 중학생 시절 일주일에 3~4번 왔던 단골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부모님과 따로 살며 제과기능사를 공부하던 중 아이가 생겼다고 했다. 손님의 집 냉장고를 보니 A씨가 보낸 음식들이 밀폐용기에 소분돼 있었다. 아르바이트한 돈이 언제 들어올지 몰라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나눴다는 말에 A씨 부부는 눈물을 쏟았다. A씨는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어 미역국도 손수 끓여줬다.

손님은 의류모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배가 불러오면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A씨는 매장 오픈 전 앉아서 재료 손질하는 하루 2시간 정도의 파트타임(시간제근무) 아르바이트 자리를 제안했고 손님은 "시켜만 주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답했다.

끝으로 A씨는 '돈쭐을 바라고 가게 홍보성 글을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매장 위치를 한 번도 밝힌 적 없고 앞으로도 밝혀 친목 도모할 일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손님에게 계좌이체를 받고 거짓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는 기분이 좋았는데 실제로 만나 사정을 듣고 나니 차라리 거짓이었던 게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안타까워했다.

방민주 기자 minju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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