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톡에 묻혀 존재감 사라진 다음 …'포털계륵' 매각 가능성도
네이버 대항마 기대 불구
검색 점유율 해마다 급감
카카오 매출중 포털은 6%
성장세 톡비즈 26%와 격차
페이·웹툰과도 비교불가
내부서도 "다음은 후순위"
엔터프라이즈 전례 보니
알짜 재도약-매각 '갈림길'
◆ 다음 떼어내는 카카오 ◆
카카오가 다음(Daum)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하려는 결정적 이유는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한 이후 뾰족한 사업 시너지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검색 시장에서 카카오의 다음 '포털'(검색) 사업이 한 자릿수대(5%) 점유율로 쪼그라드는 등 존재감이 점점 더 옅어지고 있다 보니 이를 타개할 자구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카카오의 사업보고서(2022년 연결 기준)를 보면 회사 전체 사업별 매출에서 포털 다음 광고 등을 포함한 '포털비즈'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수준이다. 2020년 11.5%, 2021년 8.0%로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다. 포털비즈에선 다음의 광고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카카오 매출에선 2022년 기준 카카오톡 광고와 커머스 등 '톡비즈'가 26.8%로 가장 많은 매출을 일으킨다. 이어 모빌리티나 페이와 같은 플랫폼 기타 사업이 20.3%, 웹툰·픽코마 등 최근 정보기술(IT) 업계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스토리 사업이 13.0%를 차지한다. 게임이 15.6%의 매출을 내고 있다.
금액으로 보면 다음 등 포털 사업 매출(포털비즈 부문 집계 기준)은 2021년 4925억원에서 지난해 4241억원으로 13.9% 줄어들었다.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포털비즈 사업 매출이 올해 3000억원대로 더 떨어지는 등 현 사업 구조에선 앞으로 반등 기회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네이버가 포털검색 광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서치플랫폼' 부문에서 매출이 40~50%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에 앞서 2014년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할 때만 하더라도 IT 업계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은 '한 몸(다음카카오)'으로 움직이게 될 두 회사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 바 있다. 카카오톡으로 초대박을 터뜨린 카카오와 합친 다음이 국내 포털 업계 1위인 네이버의 대항마로 대변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았다.
카카오의 전신인 다음카카오도 당시 합병에 관한 투자설명서를 통해 온라인과 모바일 연계를 통한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광고 플랫폼의 매력도 역시 증가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2015년 다음카카오가 카카오로 사명을 바꾸고 카카오톡을 핵심 사업으로 웹툰을 포함한 콘텐츠 사업, 커머스 등에 힘을 주면서 상대적으로 다음은 경쟁력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평가가 현재 업계의 지배적 시각이다. 카카오 내부적으로도 "다음카카오 시절부터 현재까지를 지켜보면 다음이 사라졌다" "다음은 카카오에서 후순위로 밀려난 사업"이라는 임직원들의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톡이 뉴스 서비스는 물론이고 쇼핑 등 그동안 포털 사업자가 제공해오던 기능 대부분을 탑재하고 있다 보니, 굳이 다음을 이용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소비자 인식도 팽배하다.
NHN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집계 기준 국내 검색엔진 시장점유율(평균 유입률)은 네이버가 62.19%, 구글이 31.77%인 반면, 다음은 5.37%에 불과했다. 다음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수도 떨어지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다음 앱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2021년 1월 976만명에서 올해 1월 797만명으로 2년 사이 179만명이나 빠져나갔다.
다만 한때 '다음의 조상' 격인 한메일넷이 1999년 지금의 'Daum' 이름을 갖게 된 이후 다음은 이메일 서비스를 기본으로 검색, 카페, 뉴스 등으로 서비스를 늘려가면서 승승장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네이버가 지식iN 서비스 열풍 등에 힘입어 포털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다음은 지금까지 악화일로를 겪게 됐다는 설명이다.
카카오 해당 사업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털사이트로서 다음을 찾는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카카오 차원에서 사업적으로 집중했다고 보긴 어렵다"며 "오히려 여러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정작 합병을 통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카카오 경영진에도 고민이 된 지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다음 계정 서비스를 폐지하고 다음 아이디(ID)를 카카오 계정으로 통합하는 등 한 차례 변화를 시도했지만, 사업적으로 그 이상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다음의 CIC를 결정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홍은택 카카오 대표가 올해 전사적으로 카카오톡 개편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에서 포털 사업을 이끌 새로운 리더가 필요했다는 카카오 내부 사정 분위기도 전해진다.
일단 카카오는 이번 변화를 비주력 사업으로 밀려난 '포털 사업 체질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음이 CIC로 카카오 품에서 벗어나면 좀 더 전략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카카오라는 회사 안에 있지만 '포털' 사업에서는 예산, 사업 전략, 인사 등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독립적인 의사결정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CIC라는 구조가 분사 가능할 정도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춰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목표도 있다는 점에서 '알짜 계열사·자회사'로 키울 수도, 매각 수순으로 정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에서 인공지능(AI) 기반의 플랫폼과 솔루션을 개발하는 B2B 전문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2019년 사내 'AI Lab' CIC 출범했다가 그해 12월 분사했다. 카카오헬스케어도 카카오 내 CIC로 시작했다가 지난해 3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현재 카카오 내부 CIC는 커머스뿐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 내 사업이 CIC 형태로 바뀌고 별도 법인이 된 사례를 보면 키우는 사업인지, 변방으로 밀려난 사업인지 확실하게 구분되는 양상"이라며 "다음 역시 카카오의 효자 사업으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닐지 지켜봐야 안다"고 말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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