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中 행보 노골화? 尹대통령, 文 전 대통령 ‘중국 혼밥’ 비판

與 지도부 만나 “文, 친중 행보로 얻은 게 뭔가…실패한 정부”
중국 견제하며 한‧미‧일 삼각동맹 강조…‘일변도 외교’ 우려도

(시사저널=구민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야외 정원인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2017년 중국 방문 당시 '혼밥'을 한 사실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전날 윤 대통령은 문 전 대통령이 방중 기간 10끼 중 2끼만 중국 지도부와 식사한 상황을 이야기하며 "국빈을 초청해놓고 8끼나 혼자 밥을 먹게 하는 외교적 결례가 어디 있느냐"며 중국을 비판했다.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옆 야외 정원에서 진행된 이날 만찬엔 김기현 대표‧윤재옥 원내대표‧이철규 사무총장‧박대출 정책위의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 그리고 대통령실의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진복 정무수석 등이 동석했다.

미국 국빈 방문 성과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 윤 대통령은 대화 중 문재인 정부 대중 외교에 대해 "전 정부에서 친중 정책을 펼쳤지만, 돌아온 게 무엇인가. 중국이 대한민국을 문 전 대통령이 한 것만큼 예우해줬느냐"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행사에서 한국 기자들이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던 일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우리가 저자세로 나가면 중국에서 업신여긴다"며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강국이 되어야 (중국이 우리를) 함부로 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제적으로 힘을 갖기 위한 요건으로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강조했다고도 한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무리하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며 국민들이 힘들어졌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를 외교‧국방‧경제 면에서 모두 '실패한 정부'라며 혹평했다고 참석자들은 귀띔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보도가 나오자 현장의 참석자 일부는 "윤 대통령의 당일 발언이 기억나지 않는다"거나 "윤 대통령이 아닌 다른 참석자가 문 전 대통령의 '혼밥' 이야기를 꺼낸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한 차례 중국을 향한 불만을 토로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중국 측이 반발하고 있다는 질문에 "북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대한 제재에 중국이 전혀 동참을 안 하고 있는데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 우리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한‧미‧일 관계를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대한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불필요한 자극으로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되고 있다. 안 그래도 경제 상황이 나쁜데 중국을 자극해 경제가 매우 악화하고 민생의 고통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의 문 전 대통령 혼밥 발언은 계속해서 전 정부와 다르다는 걸 강조하려는 태도"라면서 "윤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후임 정부는 어떻게 평가할지 냉정하게 생각하며 전 정부를 평가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독일‧프랑스 등 우방국들은 최근 중국에 방문해 자국의 실리를 취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일변도 외교는 국제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