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美 은행권 사태 교훈, 빠른 속도의 예금 인출 사태 대비 필요”

인천=박소정 기자 2023. 5. 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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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미국 은행권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 지역으로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글로벌 역풍과 지정학적 분절화, 선진국의 은행권 관련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제는 다른 지역보다는 선방하고 있다"며 "추가 긴축에 따라서 외환 압박과 자본 유출 위험이 있을 순 있지만, 그 영향은 작년보다는 덜할 것"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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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 연차총회]
이창용 한은 총재, ‘거버너스 세미나’ 참석해 언급
“은행권 사태 여파, 아시아엔 제한적… 준비는 필요”
“예금 더 이상 안정적 자금 아니라는 사실 주목해야”
“아시아 지역 ‘금융’ 분야 통합되면 좀 더 발전할 것”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실리콘밸리은행(SVB)·시그니처은행·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미국 은행권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 지역으로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예금이 더 이상 안정적 자금이 아니라는 교훈에 주목해, 빠른 속도의 인출 사태에 각국이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의 ‘거버너스 세미나’(governors’ seminar)에 참석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해당 세미나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아사카와 마사츠구 ADB 총재, 닐스 아넨 독일 연방외무부장관, 스리믈야니 인드라와티 인도네시아 재무장관,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 등이 패널로 참석해, ‘아시아 재도약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란 주제를 두고 토론을 진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일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Governors' Seminar)'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글로벌 역풍과 지정학적 분절화, 선진국의 은행권 관련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경제는 다른 지역보다는 선방하고 있다”며 “추가 긴축에 따라서 외환 압박과 자본 유출 위험이 있을 순 있지만, 그 영향은 작년보다는 덜할 것”이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선진국의 긴축 정책이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미국이 기준금리 75bp(1bp=0.01%포인트) 연속 인상을 단행했던 지난해와는 올해 (부정적 여파 정도가) 상당히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총재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시장의 기대보다 고금리가 더욱 오래갈 수도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지 않는 등 여러 어려움이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준비의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선 미국 등 선진국의 은행권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익스포저(위험노출액) 규모가 크지 않고 자산 구조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은행권 사태의 영향이 아시아에선 그렇게 크지 않았다”면서도 “동시에 주목할 것은 ‘예금이 더 이상 안정적인 자금이 아니란 점을 SVB 사태를 통해 알게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은행에 대한 규제나 감독 체계, 긴급 자금 지원 시스템과 예금 관리 구조 등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더욱이 디지털 은행이 더욱 잘 발달한 지금, 빠른 속도의 예금 인출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은행권 금융기관에도 숙제가 남아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선진국들이 SVB 사태 등에 대해 대처를 잘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미국이 대응을 늦췄다면 상황이 더욱 악화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선 잘 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물론 이번 주 다른 미국의 지역은행 반향이 있을지 살펴봐야겠지만, 방향성은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동시에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두 번째)가 3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거버너 세미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그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 회복과 관련해 “각국의 상황과 환경이 모두 다르기에 천편일률적인 정책 권고를 드리긴 어렵다”면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통화와 재정정책에 많이 의존해서 경제를 개혁했지만, 이제는 이런 정책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더라도 이를 통해 성장률 상승 같은 걸 기대해선 안 된다.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시아에서 금리 인상이 지속될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시아에서도 국가별 상황이 상이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는 있지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높다”며 “언제 그 정책을 전환(피봇·금리 인하로 돌아서는 것)할 지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이어 “인플레이션을 좀 더 조정해서 나중에 전환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 이후 다음 팬데믹을 위해 정책 입안자들이 준비해야 할 행동을 꼽아 달라는 요청에 이 총재는 “아시아 국가들은 실물경제나 무역 부분이 상당히 통합됐지만, 금융 서비스 부문은 통합이 안 됐다”며 “아시아 금융 통합이 어떻게 보면 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지급결제 측면과 관련해 금융시장에서 통합을 이루면 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56차 ADB 연차총회는 지난 2일부터 인천 송도에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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