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나온 ‘신통일미래구상’…핵심 가치는 ‘자유’
통일부가 올해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 가칭 ‘신통일미래구상’에 윤석열 정부의 핵심 가치인 ‘자유’가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는 3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통일미래기획위원회’와 원탁회의를 열고 통일미래기획위 차원에서 만든 신통일미래구상 초안을 논의했다.
통일미래기획위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통일부 장관 자문기구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통일미래구상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개선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이날 회의에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 주요 부서장들, 백태현 국가안보실 통일비서관, 통일미래기획위 소속 민간 전문가 등 총 20여 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통일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통일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성에 공감하며 신통일미래구상에 담을 핵심 내용을 논의했다.
통일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명시된 ‘한반도의 모든 구성원을 위한 더 나은 미래’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의 비전을 구상안에 담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헌법 가치와 인류 보편가치를 고려해 자유, 인권, 평화, 번영, 개방 등의 가치를 구현하는데 중점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일 지향적 공존 관계 정립, 비핵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 정착, 인권 등 보편가치 구현, 상생의 협력구조 정착, 개방과 소통의 열린 한반도, 동북아 평화·번영의 선도적 역할 등이 구체적인 정책 방향으로 제시됐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민주주의 중시 기조에 따라 자유가 핵심 가치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위원장은 원탁회의 모두발언에서 “자유가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확고한 원칙이 새로운 구상에 반영되면 좋겠다”며 “자유는 외교와 대북·통일정책의 핵심 내용이 되어야 할 가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의 유능한 인재들이 사이버 범죄에 동원되고 있다”며 “이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를 개발할 수 있는 자유로운 여건이 마련돼 평양 실리콘밸리를 만들고 남북 공동번영의 길을 열어나갈 방안을 신통일미래구상에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통한 베트남식 통일이나 많은 후유증을 나은 독일식 통일이 아닌 새 한국형 통일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위기 상황을 눈앞에 두고 장밋빛 미래를 논할 때가 아니라는 걱정도 있다. 당장 남북이 마주 앉을 방법부터 찾는 게 우선이라는 분들도 있다”며 “그러나 위기일수록 더욱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깊은 통찰을 갖고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그간 정부 철학에 따라 대북정책도 급격히 바뀌어 왔다. 정작 북한은 변하지 않는데 우리끼리 방향키를 이리저리 돌려왔던 셈”이라며 “이제 이런 행보를 멈추고 20년, 30년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의 기초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당당하고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정립할 때 흔들림 없이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앞으로 신통일미래구상 초안을 토대로 청년·전문가 대화, 각계 간담회 등 광범위한 국민 의견수렴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정부 내 검토와 해외 한반도 전문가 등 국제사회 의견수렴을 거쳐 연내 적절한 계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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