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 POINT] 소액생계비 대출 흥행하자 정치권 낯두꺼운 포퓰리즘
소액생계비 대출이 흥행하자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지원 확대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 정책이 연 15.9%라고 하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자를 요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민생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조수진 의원이 "한도 상향과 이자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 밀도 있게 논의했다"며 "정부 측에 이렇게 나가자고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예산 정국을 떠올리면 낯부끄러운 행태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서민 지원을 위해 1000억원의 소액생계비 예산 반영을 제안했지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양당은 논의조차 해보지 않고 폐기했다. 여당은 긴축을 이유로 소액생계비 정책에 무관심했고, 야당 역시 입법 폭주를 일삼으면서도 생계 곤란을 겪는 이들은 무시한 셈이다. 그런데 외부 지원금으로 간신히 시행한 정책이 올해 폭발적 반응을 얻자 뒤늦게 거대 양당이 인기에 편승하려고 한다. 여당마저 소액생계비 대출 금리를 인하하자고 나선 부분은 특히 아쉽다. 정책 취지에 맞춰 정교하게 설계된 금리가 흔들리면 제도 의미가 퇴색되는 탓이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대부업체조차 이용할 수 없는 극빈층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기존 금융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선별하기 위해 대부업계 이자율(대부업 신용대출 평균 15.1%)보다 소폭 높은 연 15.9%의 이자율이 설정됐다. 소득이 없고 연체 기록이 있어도 대출이 이뤄지는 파격 조건 덕에 생계 곤란을 겪지 않는 이들까지 대출을 받아갈 우려가 있는데, 이를 15.9%의 금리로 막아서는 설계다.
금리를 무작정 인하해 대부업계보다 낮아지면 정상적인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도 소액생계비 창구로 몰려들 게 뻔하다. 반작용으로 극빈층에 대한 지원은 느려지고 축소될 수밖에 없다. 불법 사금융 대출이 통상 수십만 원 선인데 한도를 200만원까지 높인다는 여당 주장도 같은 이유로 안타까움이 크다.
총선이 가까워지며 다수 유권자에게 어필할 정책으로 손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적어도 여당에서는 당의 정체성과 철학을 먼저 되새겨볼 수 있기를 바란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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