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에 … 저축銀 예금 6조원 감소
시중銀과 예금금리 0.1%P차
조달비용 늘고 연체율 올라
기존예금도 대출로 활용 못해
자금급한 중저신용자 돈줄막혀
지방 소형銀 사실상 '개점휴업'
저축은행 여·수신 잔액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201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고금리 예금으로 유치해둔 자금도 대출 영업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탓으로 저축은행이 자금 유치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여신과 수신도 막힌 셈이다.
3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지난해 말 120조원2384억원에서 4월 말 114조5969억원으로 6조원 가까이 줄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낮아져 자금이 이탈한 탓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권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신규 취급 가중평균 기준)는 지난 3월 연 3.62%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연 5.7%) 대비 2%포인트 넘게 떨어진 수치다.
3월 기준 1금융권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2%로 저축은행과의 차이가 0.1%포인트에 불과했다. 통상 저축은행권 예금 금리가 은행보다 0.5%포인트 정도 높은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지난해 4분기 은행·저축은행을 막론하고 자금 유치 경쟁이 벌어져 예금 금리가 가장 높았던 11월 기준 은행권은 정기예금 금리 평균이 연 4.3%, 저축은행은 연 5.82%였다.
당시 은행권보다 1.5%포인트나 높게 자금을 유치해온 여파로 저축은행들은 대출 영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국 저축은행의 총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115조283억원에서 지난달 말 112조1474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예대마진으로 이익을 얻는 저축은행 특성상 조달금리가 급등하자 대출 영업을 적극적으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최고금리가 연 20%로 정해져 있는 데다 연체율도 5%대로 올라서면서 건전성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쓴 탓이다.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각 저축은행에 "금리 인상기에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손비용이 증가하고 수신금리 인상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는 등 저축은행 수익성 저하가 우려되므로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3월 말 기준 기업대출을 포함한 일반대출 금리는 연 12.38%로, 전년 말(연 13.07%) 대비 감소 폭은 0.7%포인트였다. 차주들 상환 능력이 떨어지고 있어 대출금리를 인하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지난 3월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신용점수 800점대 차주에게 연 17.58%로 신용대출을 내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고객 중에는 더 이상 한도가 나오지 않는 분이 많아 대출 승인이 안 떨어지기도 한다"며 "불황에 기업 대출 성장세도 작년 4분기부터 멈췄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금융권의 기업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말 2.24%로 2016년 3월 말(2.44%) 이후 가장 높았다. 일부 대형 저축은행에서는 유동성·수익성 관리를 위해 전략적으로 수신자금을 줄이기도 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에 수신금리를 대폭 올려 조달은 충분히 해뒀지만 올해 들어 대출을 내줄 곳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방 소형 저축은행 중에는 사실상 '개점휴업'인 곳들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 잔액이 1억원에 불과하거나 수신 잔액이 50억원도 되지 않는 저축은행이 있을 정도다. 업계 내에서는 인수·합병(M&A) 활성화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현재 규정상 영업 구역이 다른 저축은행끼리는 합병할 수 없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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