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반대' 1차 부분파업에…정부 "비상진료대책 시행"
재활병원 찾은 조규홍 "국민들은 '원팀' 원해…직역 간 갈등 우려"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 "복지부 노골적 반대 홍보 저의 의심" 비판
지난달 말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한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이 3일 부분파업에 나섰다. 1차 연가투쟁을 먼저 선언한 간호조무사들을 주축으로 동네 병·의원 의사 등이 지원하는 모양새다.
다만,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오후 늦은 시간대 집회가 열리는 데다 전공의(레지던트) 등은 불참한 만큼 '의료 공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통과 직후부터 의료계 파업에 대비해온 정부는 '비상진료대책'을 시달하는 한편 간호법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의협과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직역 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오후 5시 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강행처리 더불어민주당 규탄대회'를 개최한다.
각 시·도별로도 같은 이름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앞서 의료연대는 이날 연가투쟁을 시작으로 11일 2차 연가투쟁을 예고한 바 있다. 이후 16일 국무회의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17일에는 연대 총파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의료연대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파업 등 단체행동에 관한 의협 설문조사에서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교수 등 전 유형에 걸쳐 찬성률이 83% 이상으로 나타난 바 있다"며 간호법 등을 '의료악법'으로 규정했다.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응급구조사 등 연대에 참여 중인 직역들을 들어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특혜를 주고 여타 힘없고 소수인 직역들을 말살하고 피눈물 나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국민 여러분께 의료공백으로 인한 불편과 우려를 끼쳐드리고 싶지 않기에 심사숙고해가면서 투쟁의 방법과 강도를 조절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업으로 인한 여론전에서의 '역풍'을 의식하는 동시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압박하기 위한 속도 조절로 보인다.
실제로 의협 등은 이날 협회 차원에서 집회 참여 등을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는 않았다. 각 의료기관의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결정토록 한 것이다. 관련 공문도 투쟁 로드맵을 발표한 전날 오후에야 전국적으로 공유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별 개원의와 간호조무사를 중심으로 연차 또는 단축진료가 진행되다 보니 환자들이 느끼는 파급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의협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차 부분파업이 예정된) 11일의 경우, 사전부터 참여해 달라고 안내를 할 예정이지만, 오늘은 원래 받아둔 예약환자도 있다 보니 그런 식으로 하지는 못했다"며 "(협회 차원에서) 집회에 참여할 인원도 정확히 파악을 못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단 3일은 '워밍업' 정도로 생각해 집회 참여인원을 (강력하게) 동원하지 않았다"며 "오후 전체를 쉬는 곳도 있고, 4시나 5시 반에 휴진을 하는 데도 있고 (참여 양상이) 너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가투쟁을 주도한 간호조무사 직군은 전국에서 1만여 명 정도가 부분파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보건의료 재난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한 정부는 진료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보건복지부는 박민수 2차관 주재로 제4차 긴급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의료연대의 연가투쟁·부분휴진 관련 동향을 파악했다. 전날 17개 시·도에 '의료계 부분휴진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송부한 복지부는 지자체마다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또 대한병원협회에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시간 확대와 함께 24시간 응급의료체계를 차질없이 유지해 달라며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는 의료기관 휴진으로 응급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응급의료자원정보시스템을 통해 운영상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박 2차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위해가 되는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비상진료대응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도록 지자체, 병·의원급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규홍 복지장관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 분당러스크재활병원을 찾아 '직역 간 협업'에 초점을 맞췄다. 간호법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물리치료사 등이 다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간호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조 장관은 "간호·간병 통합제도처럼 국민들이 실제 요구하는 서비스는 돌봄의 다양한 직역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조하는 '원팀(One-Team)'이 되어야 완성될 수 있다"며 "이는 의료기관 내에서뿐 아니라 장기요양시설, 환자와 어르신들이 계신 집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법안의 국회 의결로 인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안에서도 직역 간 갈등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부처가 입법부에서 의결한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간호사 출신으로 간호법을 발의한 뒤 찬성표를 던진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간호법을 반대하는 의료연대 주장 등을 게재한 복지부를 비판했다.
최 의원은 "복지부가 간호법 주무부처로서 특정 입장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는 있겠지만, 사실과 다른 내용을 근거도 없이 퍼뜨리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라고 말했다. 또 "간호법안 어디에도 간호사가 단독으로 의료를 하거나 협업체계를 무너뜨리는 조항은 없다"며 "다른 직역들과의 협업을 규정해야 하는 것은 인력 배치기준을 규정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한 법률에서 담아야 할 것이지, 간호법에 담을 내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회가 표결로 통과시켜 대통령 재가와 공포만을 남겨둔 현 시점에서 정부부처가 이처럼 노골적으로 반대 홍보에 나서는 저의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입법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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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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